
이름이 꽤나 그럴듯한 '철학의 길'은 긴가쿠지(은각사)로 들어가는 작은 둑길입니다. 에이칸도오와 긴가쿠지를 잇는 20~30분 거리 정도의 거리인데요 길을 따라 교토 거리의 예술가들이나아기자기한 찻집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철학의 길'은 철학자이자 교토대 교수를 역임한 '시니다 기타로'가 사색을 하며 걷던 길이라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교토대는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명문인데요 '철학의 길을 산책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말이 나오는걸 보면 과연 이 길에 뭔가가 있긴 있나봅니다.

교토는 언제 어딜가나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로 북적거려요. 여-엉 '교토스럽지 않은' 가게에도 관광객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습니다. 특히나 여름 성수기에는!
더운 날씨와 소란한 인파에 '이게 무우슨 철학의 길이냐'고 툴툴대는 이들도 많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 갈 땐 그랬지요. 하지만 두 번 세 번 가보니까 또 다르더라구요. 이 길이 왜 철학의 길인지, 조금 걸음을 늦추고 구석구석 돌아보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가 빼끔~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귀여운 카페도 찰칵! 교토는 어딜가나 커피의 수준이 높고, 또 녹차를 활용한 각종 디저트들이 맛있어요. 여기 괜찮을까...? 하고 불안해말고 아무데나 들어가보세요.
꼭 가이드북에 나온 맛집만 맛있는게 아닙니다.
철학의 길엔고양이를 소재로한 공방도 있고, 바람이 스칠 때 마다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만을 취급하는 가게도 있어 소소한 즐거움들을 더해줍니다. 여기저기 쉬어가기 좋은 곳, 구경하기 좋은 곳이 있으니 여유롭게 천천히 둘러보시며 이 길을 만끽해보시길.

얼마간 걷다보면 분위기 있던 둑길은 어딜가고 슬-슬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됩니다. 여기저기서 백엔짜리 아이스크림이며 기념품 관련 호객행위를 한다아... 싶으면 바로 거기가 은각사 입구!

은각사 쪽에서 바라본 입구의 모습입니다. 철학의 길처럼 고즈넉한 느낌과는 또 다르죠?

입구에서 매표소까지 들어가는 길. 높다란 나무를 반듯하게 깎아놓은게 인상적입니다. 여기에 들어서면
그늘 덕인지 아주 사알-짝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짠. 요게 은각사의 입장권!
부적처럼 생긴 게 재미있죠? 입장료는 500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요 표는 내야하는게 아니고 그대로 가져갈 수 있어요.
은각사는 원래 절로 지어진게 아니고 쇼군의 휴식처 겸 은신처로 지어졌는데요 원랜 아주 화려하게 누각을 몽땅 은으로 칠하려 했다 합니다. 구로나 누각을 만드는 도중 쇼군이 사망해서 절로 용도를 바꿉니다. 그 누각이 어떻게 생겼는고 하니

.... 사진 없엉ㅋ
제가 갔을 땐 누각이 공사중이었어요. 그 다음 해에 갔을 때도 공사중이었구요 그 다음 해 겨울에 갔을 때도 공사중이었어요.
세 번 갔는데 세 번 다 공사중. 언제 완공인지 몰랑ㅋ 아무튼 계속 공사중ㅋ 으히히히키키히키히히히키키ㅣㅣ히히힣....
은각사는 저 모래로 만든 산과 누각을 같이 찍는 것이 정석(?)인데 전 언제나 공사중 천막이 쳐진 누각을 살살 피해 모래산만 찍어왔네요. 으하하하히히키히히히히키키히힣.... 하하하. 하하하하하 전 괜찮아요. 뭐 언젠간 누각을 볼 수 있겠죠. 하하하. 지금은 아마 공사가 끝났을 것 같은데 하하하...보수공사 끝난 후 새단장한 모습이 기대되네요 하하하하하...

은각사의 정원은 하얀 모래로 산과 물을 표현해 자리에 없는 것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가레산스이식(고산수식)' 정원을 보여줍니다. 가레산스이식 정원은 맨 처음엔 좀 낯설어도 보다보면 그 특유의 적막감이
꽤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저 모래산은 후지산을 표현한 것이라 합니다.
가레산스이식 정원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료안지의 정원에 가면 됩니다. 료안지는 금각사의 근처인 교토 서부 쪽에 있어요. 은각사나 료안지의 가레산스이식 정원은 마치 곱게 동백기름을 발라 정갈하게 빗어넘긴듯한 여인의 머리칼을 보는 느낌이 들어요.

잘보면 모래 결이 마치 물결처럼 표현되어 있는데요. 바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합니다. 달이 밝은 밤에는 본당 앞의 하얀모래가 빛을 반사해 은각을 비춘다고 하는데 언젠가는 그 풍경을 볼 수 있겠죠?
차분-히 보고 있기 좋은 곳. 교토는 서두를 수록 손해보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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