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 중, 아니 지금까지의 일본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에 요코하마의 야경은 베스트에 들 정도다. 혼자 봤는데도 그렇게 좋았으니 연인, 친구, 가족과 본다면 더 없이 좋을 그런 곳. 사실 이에 대해 ‘두말 할 필요 없다.’라고 생각된다. 요코하마를 여행한 적이 있거나 일본에 주거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꼭 살아 보고 싶은 일본의 지역으로 요코하마를 외치는 숫자는 꽤 많다. 나 역시 요코하마를 다녀온 후 꼭 살아보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다. 뛰고 싶고, 걷고 싶고, 생각하고 싶고, 꿈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요코하마.
요코하마여행에 대해 질문이 올 때면 하루를 투자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지 않았다. 난 꼭 하루 이상을 투자하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낮의 모습과 밤의 모습이 완전히 다를뿐더러 둘 다 놓치기엔 아까운 장면이라는 것이다. 짧은 일정이라면 요코하마의 야경을 보는 것이 옳은 길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좀 있다면 요코하마여행에 최소 10시간은 투자해주자.

내가 여행할 때는 요코하마 프리패스가 있었는데 그 다음 달인가부터 그 패스가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찾아가는 방법은 좀 변경되었지만 어려운 방법으로 변경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찾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접는다.

요코하마에 와서 랜드마크타워, 코스모월드 관람차 등을 바로 만나고 싶다면! 요코하마역이 아닌 JR사쿠라기쵸역에서 내려야한다. 신오쿠보에서 출발해 방황 없이 잘 찾아온다면 요코하마까지 1시간이면 올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이다.
사쿠라기쵸역을 나오면 바로 눈앞에 아카이구츠버스(빨간구두버스) 정류장이 보일 것이다. 프리 패스가 없어졌기 때문에 무료로 이용이 불가능하지만 1번 탑승에 100엔이기 때문에 부담 없다. 1일권은 500엔.
아카이구츠버스는 웬만한 요코하마의 관광지는 다 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요코하마에서 어떻게 돌아다닐지 고민한다면 무조건 이것을 이용하라고 하고 싶다. 가격도 저렴하고 편리하다. 다만 요코하마는 걸어서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아카이구츠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어디에 뭐가 있는지 눈으로 봐두면 좋다. 여행 준비하면서 사진으로만 봤던 것들이 눈앞에 있으니, 아. 감동이다..

사쿠라기쵸역을 출발하고 나서 20분 정도 지나 그 유명한 ‘아카렌가창고’에 도착하게 된다. 여기서 정면으로 보면 랜드마크타워, 관람차 등이 쫙 보인다. 그림 같은 장면!!!
아, ‘아카렌가창고’는 기대감 5%였던 곳으로 요코하마에 오면 꼭 가보야 할 곳이라고 해서 들린 곳이다. 그런데 웬일! 의외로 재미있다. 대부분 레스토랑과 쇼핑지역으로 구성되어있지만 하나하나 알차고 예쁘며 희귀하다. 구경하는 재미에 쏙 빠져서 기대감 5%가 만족감 100%로 올라 올 만큼 훌륭했다.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는 거~ ^^

아카렌가창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럭셔리한 점심까지 해치웠다. 추천하는 맛집으로 점심에 특선요리가 있는데 단돈 1000엔이다.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가 끝내준다. 가게 이름은 SUMIRE.

아카렌가창고에서 내렸던 정류장에서 그대로 ‘아카이구츠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항구가 보이는 언덕이라는 곳으로 정말 항구가 보인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에서 보지 못한 요코하마의 차이나타운을 지나면 나오는데 언덕까지 차로 올라가니 언덕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여기에는 장미정원이 있는데 5월이 되면 장미로 가득 찬다. 마침 내가 갔을 때가 5월이어서 여기저기 예쁘게 핀 장미들이 가득했다. 역시나 이젤과 붓을 챙겨들고 나온 노인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의 그림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중의 하나 ^^

역시 내렸던 자리에서 그대로 버스를 타고 제일 가보고 싶었던 야마시타공원에 도착! 야마시타공원은 항구가 보이는 언덕에서부터 6분정도밖에 안 걸릴 정도로 가깝다. (아카이구츠 버스는 약 2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야마시타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예전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펼쳐보았다. 규슈, 오사카, 교토 등등의 추억이 배어있는 사진들, 난 이렇게 과거 여행 사진들을 몇 장 챙겨 다니는 편이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여행지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그것은 또 새롭게 다가온다. 첫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지, 이땐 엄청 고생했는데, 여기는 정말 멋졌지.. 등등의 수많은 이야기들.
혼자 하는 여행이 좋은 것은 나만 알고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참 비밀스러운 여행기 되기도 하는 나홀로 여행. 요코하마에서 역시 나만이 아는 그런 추억이 있겠지?
배부르게 여유를 즐긴 후 걷기로 했다. 저 멀리로 보이는 오산바시여객터미널.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야마시타공원에서 15분이면 걸어올 수 있다. 위치정보나 지도, 표지판 등이 잘 되어 있어서 역시 찾아가는데 어렵지 않다. 사실 여기저기 헤매면서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

오산바시국제여객터미널은 1894년 완성되어 일본의 바다의 현관으로 활약해 왔다고 한다. 현재의 요코하마항 오산바시국제여객터미널은 2002년에 리뉴얼 오픈한 것인데 일본을 대표하는 항구에 어울리는 여객선 터미널로 누구나 무료로 입장 할 수 있고 옥상 광장은 24시간 오픈하고 있다.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사진 찍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옥상으로 되어있는 잔디광장에서 바라보는 미나토미라이지구는 정말 멋지다. 그리고 가끔씩 열리는 이벤트에 직접 참여도 가능하고 실내에서 풍경을 관람할 수도 있어서 바람이 너무 부는 날에는 실내에서 보면 좋다. 이날 바람이 강해서 나도 실내에서 야경 감상 준비 중!

잊혀 지지 않는 야경. 하나둘씩 조용히 불이 들어오고 어둑어둑해지면 그들은 더욱 더 화려하게 빛난다. 주머니 속에 넣어서 보고 싶을 때 딱 꺼내보고 싶은 장면들이다. 커플들 사이에서 혼자 이런 멋진 야경을 보고 있다는 것이 외롭기도 했다. 하지만 저 빛들이 온전히 나에게로만 쏟아지는 것 같아 더 벅차게 느껴지는 듯 했다.

돌아가던 길에 카페매니아라는 카페에 들러 따끈한 스프와 베이글을 먹었다. 뭔가 슬프고, 돌아가기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들던 순간이었다.
‘키샤미치’ 라는 곳이 있는데 사쿠라기쵸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위치하고 있는 짧은 산책길이다.여기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오산바시터미널에서 봤던 야경과는 또 다른 야경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랜드마크 타워도 바로 옆에 있고 거쳐 가기 쉬운 장소. 마무리 야경을 감상하기에 퍼펙트한 곳이다. 여기서 랜드마크타워에 올라가려고 했는데 지금까지의 야경으로도 배가 두둑해져서 패스. 다음 여행에 찾아와야겠다고 약속했다.
9시 30분에 신오쿠보의 숙소를 나서서 저녁 9시 20분에 요코하마 사쿠라기쵸역에 도착했다. 약 12시간의 요코하마 여행을 한 셈이다. 내 여행스타일이 많이 걷고 천천히 보고 벤치를 보면 앉고 보는 스타일이라 오래 걸린 것일 수 있으나 야경만 볼 것이 아닌 이상 꼭! 하루 이상을 투자해서 찾기를 바란다. 오히려 못 가본 곳이 많아 이틀로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에 도쿄를 찾게 된다면 요코하마는 2일 이상 돌아봐야겠다
난 언제쯤 요코하마에 집을 두고 장을 보러 다니고 야마시타공원에서 바람을 쐬며 끝내주는 야경을 매일 매일 보며 살아가는 날이 올까. 오늘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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