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 20 - 열심히 사진 찍고 싶어지는 가와고에

일상 속 여행/중국 / 일본 2010. 8. 20. 00:30

내가 처음으로 내린 곳은 ‘구라노마치’ 라는 곳으로 전통가옥들이 늘어선 곳이다. 
가와고에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에 소개했듯이 중앙로의 건물들이 모두 검은 색을 띄고 있다.


기모노를 입고 있는 여자들이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정말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멋진 풍경의 가와고에였다. ‘에도 시대’때 살아본 적이 없지만 정말 옛 모습이 꼭 이랬을 것 같은 느낌이다. 작은 에도라고 불리며 관리해온 것도 있겠지만 사진기를 들이밀고 싶은 멋진 광경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나도 그렇고 다른 관광객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하고.그러고 보니 여기서 한국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네.




여기는 일본드라마 ‘츠바사’를 촬영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 로케이지 투어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인력거를 타면서 안내도 받고 구경도 하더라.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쉽게 인력거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거.

튼튼한 두 다리로 둘러본다. 골목길 사이로 종루 같은 것이 보이는데 도키노가네 종루라고 한다. 매 정시마다 울리는데 하루에 4번 밖에 울리지 않는다는 종소리를 들으려고 모여든다니 잠시 후에 나도 찾아가보기로 하고 좀 더 둘러본다.




난 여기서 한국인들은 못 봤었는데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인지 표지판에 한글로도 적혀있다. 그래도 돌아다니기가 편했고 또 그리 넓은 지역도 아니었기 때문에 몇 번 정처 없이 둘러보다 보면 감이 온다. ^^ 정말 멋졌던 전통가옥거리를 지나고 나니 배가 고파왔는데 마침 ‘우낫코うなっこ’라고 하는 장어음식점이 있어서 들어 가봤다.




유명한 곳이었는지 식당이 많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사람들로 북적 했는데 대기자로 이름을 적어 놓은 뒤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장어 덮밥으로 주문! 가격은 850엔, 장어오니기리는 300엔 정도 되는 적당한 가격의 가게였다. 와, 워낙 장어를 좋아해서 그런지 정말 이상하지만 않는다면 맛있게 잘 먹는데 여기 장어 덮밥 너무 맛있다! 약간 짭짤한데 그게 더 맛있다~ 혼자서 밥 먹는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혼자 4인용 식탁에 앉아 있자니 좀 미안한 마음이.. ^^ 든든하게 잘 먹고 나와 이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과자골목이라는 곳이 있는데 불량 식품같은 옛날 과자들을 파는 곳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끝내던데 사는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셨다. 손자 손녀에게 안겨주실것인지 어르신들이 드실 간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게가 생각보다 잘 되고 있어서 놀랐다. ^^




구석구석 아기자기함도 뭍어있다. 골목들을 생각 없이 걷고 있으니 더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되고 소소한 것들도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전통가옥거리로 돌아와서 종루를 보러 갔다. 마침 시간이 돼서 종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소리를 들으러 수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이야기에 꽤나 기대했었다. 그런데... 뭐 종소리가 다 그렇듯이 그냥 종소리였다. 다만 거기에 내가 의미 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리 느껴지는 것뿐인 듯했다.




종루 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는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고구마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다들 사 먹길래 나도 질 수 없어서 ^^ 하나 사먹었다. 음. 250엔이라는 가격보다는 맛이 못한 듯 하지만 색이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

이 도키노가네 종루는 가와고에의 상징이기도 하다. 에도시대 초기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지금 세워져있는 것은 화재로 계속 소실되었던 것을 복구하여 4번째로 복구된 시계탑이라고 한다. 16m정도 되는 높이에 오전 6시, 정오, 오후 3시, 오후 6시 이렇게 하루에 4번만 울린다고 한다. 보통 여행객들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정오와 오후 3시의 종소리일 듯하다.

아 그리고 1996년 환경성의 남기고 싶은 일본의 소리 풍경 100선에 선정된 종루라고 하니 이런 내용들을 기억하며 종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




날이 너무 덥기도 해서 가와고에의 더 많은 곳을 둘러보지 못하고 전통가옥거리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좀 더 날씨가 선선했다면 1일권으로 신나게 타고 다니면서 구경하는건데.. 아쉽지만 다음번에 다시 찾기로 하고 돌아가야겠다.




신주쿠역으로 돌아와서 백화점 식품점에 들어갔다. 이날따라 더위에 지쳤던지 야채가 그렇게 먹고 싶어서 샐러드 코너로 직행! 먹음직스러운 야채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백화점 식품점에는 맛있는 음식이 무척이나 많다.

특히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1인용 음식, 디저트 등이 많이 
있어서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기에 좋다. 부엌을 쓸 수 있는 민박이나 기타 숙박업소에 묵고 있다면 조리를 해 먹어도 좋다. 나도 민박을 이용했기 때문에 자유롭게 부엌을 쓸 수 있었는데 이런 점에 호텔보다 민박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필름카메라도 들고 다녔었는데 디지털카메라로 보는 풍경과는 역시 다르다. 필름카메라 속의 풍경이 내 맘속 추억과 더 닮아있어서 몇 장 함께 올려본다. :-)

가와고에를 여행하시려면 숙소로 많이 두는 신 오쿠보, 신주쿠를 기준으로 왕복 90분 정도로 잡고 나처럼 전통가옥거리 쪽으로만 다녀온다면 식사 시간까지 포함해서 4시간 정도면 사진도 찍고 넉넉히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꼼꼼히 둘러본다면 하루 종일도 걸릴 듯한 가와고에. 나중에 또 다시 찾고 싶은 곳.

다음 여행코스는 일본의 관광버스인 하토버스를 이용해서 치바현으로 투어를 다녀온 일정인데 정말 즐거웠던 날이어서 얼른 소개하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