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은 쌍박쌍용!

T로밍 이벤트 2010. 6. 14. 21:02



길거리에서 ‘back to the passion 2002’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았다. 02학번이었던 나에게 2002년 한일월드컵은 매우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우선 그때가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었으니 시험성적은 인상적인 알파벳조합으로 아직까지 성적표에 남아 나의 2002년을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3년을 마치고 갓 대학교 신입생이 된 사람이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 미쳐 놀 수 있는지 우리 다 경험하지 않았나? 거기에 국제적 행사인 월드컵이라는 멍석까지 깔렸으니, 공식적으로 술기운에 몸을 맡기고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 체력으로 한국팀을 응원하고 승리를 자축하며 밤을 새우곤 했었다.

 
야구팬인 나는, 솔직히 오프사이드가 뭔지도 모르는 축구미개인으로써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었던 고운 머릿결의 홍명보 선수를 응원하며 길거리 거리응원 대열에 꼈었던 것 같다. 교수님 동의 없이 자체 휴강된 수업은 대학로에서, 망한 전공시험의 우울함은 싹 잊은 채 광화문에서, MT로 간 부산에서도 축구 응원은 계속되었다.

 
빨강!같은 비비드한 컬러의 의상을 입는 일에 매우 거부감이 있었던 나도 축구 한 경기가 끝나자 마자 친구들과 나X키에 가서 축구티와 국가대표 수건을 구입해 입고 머리에 두르고 했었다. 지금 사진으로 다시 보자니 매우 촌스럽지만 당시에는 빨간 티셔츠를 입지 않는 일이 오히려 더 튀는 짓이어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로 했었다. 빨간 티셔츠를 입는 일도 경기를 거듭할 때마다 진화하여 친구들은 축구공 모자 같은 특이한 모자를 쓰기도 했고 얼굴에 좋아하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페이스페인팅 하기도 했다. 그게 벌써 8년 전의 일이라니!


여전히 야구팬인 나에게 국가대표축구선수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은 방어율 계산만큼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2010월드컵은 쌍박쌍용! 이랬다.


쌍박= 파마머리는 아쉽지만 그 외엔 아무것도 아쉽지 않은 우리의 국대주장 박지성+ 기도 세레머니의 박주영, 쌍용= SK와이번스의 광현 선수를 닮은 기성용과 덧니가 귀여운 이청용 이 훈훈한 쌍박쌍용선수들. 그리고 그 외에도 2002년 월드컵 때도 잘해준 김남일, 이영표, 안정환, 이운재, 차두리 선수. 그리고 파릇파릇한 국대 어린이들과 중장년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다치지 말고 가볍게 한 골씩 넣으면서 돌아와주세요.
몇 년 뒤엔 back to the passion 2010이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위의 포스트는 2010년 6월 2010 남아공 이벤트에 응모하신 '김영신'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