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나라 안이든 밖이든 참 뒤숭숭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스트레스다. 어디론가 확 떠나 며칠만 푹 쉬었다 왔음 좋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들 때 난 이 도시를 떠올릴 것 같다. 바덴바덴. 독일의 대표 휴양 도시이자 온천 도시이다.
독일어로 바드BAD는 나쁘다가 아니라 Bath를 뜻한다. 그래서 독일어권 나라 중 지명 앞에 Bad라는 단어가 있으면 대부분 온천을 가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바드조덴Bad Soden, 내가 독일 월드컵때 묵었던 그 동네도 그랬고 오스트리아의 바드이슐 Bad Ischul도 그랬다. 그때 기억으로는 바드이슐의 호스텔에서 샤워를 하는데 물이 보들보들하고 좋아 ‘캬, 역시 Bad로 시작하는 동네는 달라’ 그랬었다.
그러니 바덴바덴은 ‘목욕하다’라는 동사형의 바덴Baden이 두개나 붙어있으니 얼마나 좋겠냔말이다. 바덴바덴은 '유럽의 여름 수도'로 불리웠던 유럽의 대표 온천 휴양지였다. 2000년 전 로마제국시대에 온천이 발견된 후 유럽의 왕족, 유명 음악가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더욱 유명해졌다.
왕족의 휴양지라, 톨스토이도 이곳을 찾았다던데, 이런 기대감을 안고 바덴바덴으로 향했다. 바덴바덴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고속기차인 ICE로 약 1시간 30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다.
바덴바덴 시내는 기차역에서 상당히 떨어져있다. 거의 버스를 타고 15~20분 정도 가야한다. 시내에 접어들면 중심광장인 레오폴드 플라츠에서 내린다. 버스는 편도 2.10유로정도다.
레오폴드 광장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바로 클래식한 분위기의 극장이 보였다. 때마침 공연이 있어 잠시 감상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왜 이 곳이 휴양지가 될 수 있었는지 금새 깨달았다.
이런 풍경 때문에. 사방으로 푸르른 녹음과 쾌청한 가로수길, 꽃이 흐드러져있는, 유유히 흐르는 작은 시내가 펼쳐져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순간 이미 내 몸은 자연히 정화되고 있는듯하다.
그리고 시내 주변으로 자리잡은 호텔과 레스토랑. 싱그러운 햇살아래 거한 음식이 아닌 커피한잔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것 같다.
잠깐 바덴바덴의 분위기를 만끽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온천 순회를 나설 차례. 바덴바덴에는 온천이 3개있는데 레오폴드광장을 중심으로 오른쪽 길로 올라가면 자리해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트링크할레다. 트링크할레는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하는 화려한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 규모는 작다. 그래서 온천을 둘러보진 않았지만 이곳을 들르긴했다. 여기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기 때문이다. 온천은 둘째치고 그 앞으로 펼쳐진 푸른 잔디밭에 누워 단잠을 청하고 싶은 기분이 간절했다.
트링크할레. 18세기 초에 지어진 건물로 온천장외에도 커피숍, 레스토랑등이 마련되어 있다.
트링크할레의 내부모습. 회랑에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있는데 이는 이 지역의 전설을 그림으로 그려놓은거라고 한다. 회랑 밖으로 눈이 부실듯한 햇살이 쏟아지고 푸르른 잔디가 또 따스하게 반긴다.
트링크할레를 나와 시청사를 지나 프리드리히 온천장쪽으로 향했다. 우아한 분위기의 대저택의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이곳이 온천장이다.
트링크할레에서 나와 프리드리히 온천으로 향하는 길에 보면 알겠지만 이 지역이 은근 높낮이가 있다. 이럴 경우 역시 꼭대기에 올라가주어야한다. 그러면 아름다운 전체 풍경을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언덕 듬성 듬성 자리하고 있는 집들이 아주 윤기가 난다. 왕족들과 셀러브리티들의 휴양지란게 헛말이 아니었다.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니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잠시 후 온천에 들어가 경직된 다리를 풀어주어야겠다 이런생각을 하며 열심히 올랐다.
그리 높진 않다. 5분정도 걸으면 슈티프트 교회에 이르고 그럼 다 온거다. 교회주변으로 광장이 펼쳐져있고 여기에 카페, 레스토랑등이 마련되어 있다. 한 숨을 돌리고 내려가는 길, 생각보다 알록달록 예쁘장한 거리 풍경에 감탄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카라칼라 온천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곳은 카라칼라 온천 앞에 있는 귀여운 수도원이다.
왜 카라칼라 온천을 택했느냐. 마사지를 포함해 고급 스파 스타일의 프리드리히 온천에 비해 넓은 수영장, 폭포탕, 야외 산책로 등 좀더 즐길거리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했다. 2시간에 14유로, 3시간에 17유로, 4시간에 20유로다. 프리드리히 온천의 경우 3시간 21유로부터 시작한다.
시간이 없어서 2시간만 선택했는데, 그래서 야외 산책로는 나가보지도 못했다. 최소 3시간을 권하겠다.
카셀, 다름슈타트의 대형 스파시설과도 비교했을때 카라칼라가 단연 만족스러웠다.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시설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적절한 물온도였다. 이런 대형 온천의 경우 노천 온천이 있는데 다른 온천의 경우 물의 온도가 너무 미적지근했다. 이곳에 와서야 "아, 물이 이정도는 되어야지" 이랬다. 아직도 쌀랑한 느낌이 있는 독일이니 노천온천이 제격이다. 선배드에 누워 햇살도 쬐고 다시 따스한 물에 들어가 근육의 긴장도 풀어주고. 노천 온천에 거품탕이 있는데 여긴 정말 따끈따끈하고 힘찬 기포가 올라와 몸이 시원하게 풀어지는 느낌이다. 거세게 떨어지는 폭포탕도 좋다.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물살인데 어깨며 목이며 필요한 곳 구석구석을 마사지해주는 느낌이랄까.
카라칼라 온천, 우아한 분위기까지 더해 A+를 주겠음!
참, 우리나라의 경우 목욕탕, 찜질방 모두 타올을 주는데 이곳에서 그렇지 않다. 필수품이 커다란 타올(사우나에 들어갈때 자신의 몸이 닿는 부분에 모두 깔아주어야한다), 샤워후 이용할 타월, 그리고 플립플랍이나 슬리퍼. 맨발로 다니는 이들이 거의 없다.
온천장에서 구입하면 당연히 비쌀 거라 광장 근처 숍에서 구입하려 했는데, 일요일이어서 모두 문을 닫았었다. 결국 이곳에 수영복만 잔뜩있어 타올을 사지 못했는데 카라칼라 온천에 갔더니 호텔에 가면 발닦이용 짧은 타월, 그게 하나에 9유로였다. 아... 미리 준비했더라면 이 돈으로 커피에 케잌을 먹었을텐데. 여튼, 이것 또한 기억해둘것. 유명 휴양지라고 해서 주말에 숍들이 문을 여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 이들은 주말에 철저하게 쉬니 말이다. 물론 온천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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