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앞두고, 드디어 독일의 날씨도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5월 한달동안 정말 미저러블한 날씨가 계속되더니 어제 드디어 해가났다(베를린). 해가 그냥 난게 아니라 한여름처럼 났다.
그래서 모든이들이 거리밖으로 뛰쳐나왔다.공원이며 노천카페며 강변에 깔아놓은 인공 비치며 사람들로 가득 넘쳐났다. 이럴때 필요한게 있다. 바로 싱그러운 화이트와인!!
독일은 화이트와인의 강국이다. 독일의 화이트와인은 특히 질 좋은 드라이 와인과 풍부한 과일향의 와인을 선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리슬링은 독일을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품종이다.
독일 와인 역사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독일은 고대 로마시대로부터 2000여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인 와인 생산국 중에 가장 북쪽에 위치해 프랑스, 이탈리아에 비해 기후가 그리 좋지 않으나 토양으로부터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다양한 풍미, 부케를 가진다. 그 중에서도 리슬링은 출생지인 토양, 즉 '떼루아'를 느낄 수 있는 와인으로 손꼽힌다.
다들 이렇게 말하는데, 그걸 어떻게 아냐고? 도대체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그 떼루아는 왜 내게는 안느껴지냐고!
와인 초보자조차 떼루아를 체험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으니, 직접 경험해보고 감탄해본 바, 대표적인 와인생산지인 모젤과 라인가우 똑 두곳만 여행해보면 된다.
참고로, 여행 전 와인에 대한 나의 지식과 관련 경력 수준은
여행기자로 활동하며 독일의 나헤/프랑켄/라인헤센 지역, 호주 헌터밸리와 멜버른 근교, 뉴질랜드 말보로, 퀘백 남부 지역등의 와이너리에 가본적이 있다. 와인을 즐기고 와인여행자체를 즐겼으나 와인에 대한 지식은 기본 수준. 초보자라면 책 <내 생애 첫번째 와인-박대리, 와인을 시작하다>를 추천하겠다. 쉽고 재미있게 와인에 대한 기본지식을 알수가 있다. 그런 다음 <와인앤더시티><와인스캔들>과 같은 책을 보면 와인에 대한 흥미를 더욱 북돋울 수 있다. 그리고 독일와인 여행을 위해서면 한독상공회의소에 연락해 독일 와인 책자, 지도 등을 챙겨볼 것.
달콤한 모젤 와인의 수도, 트리어로 출발
찬바람을 막아주는 경사진 언덕, 햇볕을 반하하고 주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강. 와인재배의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모젤지역의 풍경.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리로? 아니 프랑크푸르트에서 트리어Trier로 간다. 트리어는 독일의 서쪽, 룩셈부르트 국경과 맞닿아있다. 그 말의 즉슨, 프랑스와도 가깝다는 뜻. 트리어로 가려면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인 자르브뤼켄까지 고속열차를 탔다가 자르브뤼켄에서 일반기차인 레기오반으로 갈아타야한다. 트리어로 가는 기차의 마지막 종착역이 파리라... 괜히 더 낭만적인걸?
유레일패스 일등석 티켓으로 기차 여행을 하던 중 "심 봤다"했던 바로 이 순간. 차내식을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독일 기차의 1등석에 타면서 최고의 좌석, 조용한 실내, 물수건이며 초콜렛, 작은 과자 등의 서비스를 누려왔지만 차내식은 대박이었다.
새벽 6시 기차로 아침식사시간대이고 나름 외국을 가는 기차여서 그랬던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맛이, 맛이! 웬만한 항공사의 아침식사보다 훨씬 맛있었다. 2~3가지 빵에 2가지 햄, 2가지 치즈, 마시는 요거트, 커피, 약간의 채소. 그냥 보면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이나 직접 먹어보면 느낄 것이다. 비행기와 달리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짧은지라 갓구운 빵과 같은 신선함이 살아있는 차내식이라... '새벽에 기차한번 더 타줘야겠어' 이런 다짐까지 했을정도다.
"맛있게 드세요" 의 독어와 프랑스어 버전. 독일만 여행할때와는 사뭇다른 설레임이 느껴진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자르브뤼켄 그리고 파리까지. 여정동안 즐겁게 차내식을 즐길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트리어까지, IC와 RE를 타고 3시간 5분이 걸린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로 일컬어지는 트리어. 역은 굉장히 소박하다. 역에서 나와 모젤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비쇠플리헤바인귀터Bischoefliche Weingueter Trier(www.bischoeflicheweingueter.de)로 향했다. 비쇠플리헤바인귀터는 이 지역에서 최상급의 떼루아를 지닌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시큼한 냄새가 가득한 와인저장고. 이 곳에서 맛있는 와인이 익어가고 있다. 와인이 익어가는 것을 향으로도 느끼지만 소리로도 느낄수 있다. 바로 이것!
푱푱푱푱, 이번 와이너리 여행을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이 소리였다. 와인이 익어가는 소리. 살아있는 소리였다.
와인을 발효, 숙성시키는 스테인레스스틸 탱크. 오랜기간의 숙성을 필요로하는 와인은 이 과정이 끝난 후 오크통으로 옮겨진다.
숙성이 끝나고 라벨을 붙이기 전의 와인들
와인의 재배와 발효, 숙성 그리고 포장까지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와이너리를 나왔다. 이러한 내용은 들어두면 와인 전반에 대한 이해에 좋은 거고, 뭐니뭐니해도 중요한 건 와인을 맛있게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포도밭을 둘러보기 전 먼저 레스토랑부터 찾았다. 비쇠플리헤바인귀터의 레스토랑인 CUMVINO로 향했다.
이 레스토랑은 상당히 분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메뉴인 <타게스메뉴>가 7~8유로밖에 하지 않는, 아주 만족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물론 독일음식이니 푸짐하기까지 하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이 지방에서 흔히 먹는, 가장 독일스러운 메뉴였다. 매쉬드포테이토에 돼지고기와 소세지 꼬치. 이런 메뉴라면 단연 맥주를 떠올리겠지만 이에 어울리는 와인을 마셔보고 싶었다. 마셨던 와인 리스트는
2007 Ruwer Halbtrocken 루버 할프트로켄, 하우스 셀렉션
Konvikts Riesling 콘빅츠 리슬링, 퀄리탯바인
아주 살짝 스윗한 풍미가 느껴지는 신선한 와인으로 독일 소세지의 느끼한 맛을 싱그러운 와인으로 다독여주는듯했다. 꽤 괜찮은걸?
독일감자가 참 맛있다. 부드러운 매쉬드 포테이토 위에 소세지+돼지고기 꼬치. 독일 음식은 약간 짜다. 와이너리의 매니저가 골랐던 메뉴또한 굉장히 독일스러운 메뉴. 소고기 요리에 독일 남서부식 누들인 슈페츨레를 곁들였다.
독일 와인 여행을 체험해보면 알겠지만 '고기-레드와인' '생선-화이트와인'의 방식이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화이트와인의 강국이기 때문이겠지만 다양한 화이트와인 품종에 어울리는 고기 요리 등을 매치해 선보인다. 그래서 독일 와이너리 여행을 한 후 화이트와인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지고 또 이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들을 매치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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