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툰레샵의 보트 선착장에는 이곳을 찾아온 관광객들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가득하다.
꼬질꼬질한 옷, 옷의 더러움보다 더 더러운 몸, 하지만 미소만은 참으로
이쁜 아이들은 보트를 기다리는 관광객들 향해 “원달러”를 작은 소리로 외친다.
돈대신 많은 관광객들이 사탕과 과자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런 것들이 지금 캄보디아에서는
또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치아관리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이 관광객들이 나누어주는 단음식들을 먹고 치아가
엉망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 이 많은 아이들에게 “원달러”씩을 준다는 건 가난한 여행자로써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리라.

나를 참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아이. 자기 몸 하나 들어가는 구멍이 뚫린 대야를 한 손으로는
노를 젓고 한 손으로는 차오르는 물을 퍼내던 대야를 타고 내 눈에 나타던 아이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에게 다가온 아이는 나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고 해맑게 미소를 지어준다.

유네스코 지정의 세계문화 유산지역인 앙코르왓트의 구석구석은 캄보디아 아이들의 놀이터이다.
이른 아침부터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 더 이른 아침부터 진을 친 아이들은
관광객이 보이지 않으면 열심히 깔깔거리며 자기들끼리 너무나도 재미있게 논다.
나도 저기에 끼어서 함께 놀고 싶어질 만큼.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내 눈이 저 곳을 향했을때는 천사 같은 아이는 이미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난 천사를 담았을지도 모른다.
나와 눈이 마주치기도 “원달러”를 외치지 않던 소년은 나에게 멋진 모델이 되어주었다.
표정은 밝지 않았고 인상은 썼지만 그래도 사진 찍히는게 싫지는 않은 표정.
사진을 보여달라고 나에게 한발자국 다가온 소년에게 필름카메라라 사진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아직도 못내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유난히도 한적하던 쁘레룹의 계단에 마주한 소년은 얼굴에 인상이 하나가득이였다.
그리고 끈질기게 “원달러”를 우리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외쳐대었다.
함께였던 언니가 초코과자를 건네주었더니 넙죽넙죽 잘 받던 소년은 그래도 “원달러”를 포기하지 않았다.
잔뜩 징그린 얼굴로 사진기에 담으려 하자, 다시 원달러를 외친다.
일하지 않고도 쉽게 돈 버는 방법을 너무나도 금방 깨달아버린 캄보디아 아이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일할 수 없는 사람들과 손 내밀고 잠시 비굴해짐으로쉽게 돈을 버는 아이들이 있는 캄보디아.

뼈가 앙상한 소떼들 사이에 소만큼 앙상한 뼈만 남은 소년이 보인다.
한 눈에도 열마리가 넘는 소들을 이끄는 아이는 소주인이 아버지라면 그래도 웬만큼 사는 아이일테지만
너무나도 소만큼이나 마른 소년은 아마 얼마 되지도 않은 돈을 받으며 소를 키우는
일을 하는 아이일 것임에 틀림없다.
점점 소년과 가까워지자, 소녀는 수줍어 얼굴을 죽이고 소를 몰고 지나간다.
햇살이 따가워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할 한 낮, 학교에 있어야 할 캄보디아 아이들은 10만평에가까운 앙코르와트 곳곳에서 선생님대신 관광객들과 마주하고 살아가고 있다.

왕의 목욕탕이였던 쓰랑쓰랑에서는 이제 아이들이 수영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너무 더워 나도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마음만 한 가득이다.
물하나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아이들, 특별한 장난감이라고는 꿈을 꿀수가 없는 아이들에게자연은 그야말로 최고의 놀이터이다.

반띠아이 쌈레이다가는 길목에서 마주한 홀딱 벗고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아이가 너무 이뻐
막대 사탕을 하나 손에 쥐어주었다.
한 살도 안되 아이에게 사탕을 건내준게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아마 엄마가 대신 먹었으리라 짐작해본다.
미국의 영화배우 안젤리라 졸리가 캄보디아 아이를 입양한 이유를 이 곳에 와 보니 알게 될 것 같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천사 같은 얼굴에 자연과 함께 자라서인지 더욱더 사랑스러운아이들이
캄보디아 아이들이다.

“원달러”를 외치던 길거리와 앙코리와트의 아이들과도, 툰레샵에서 대야를 타고 목에 뱀을 두른
아이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뽀얀 피부에 깨끗한 옷을 입은 내 눈에는 오히려 낯선 씨엠리업의
한 여행사 사장님의 딸.
부모님의 사랑을 담뿍 받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아이는 우리나라의 아이와 같이 그 나이때에 맞게
응석을 부릴 줄 알고 있었다.

앙코르와트 마지막날 마지막 코스에서 우리의 툭툭이 기사 소체아를 찾으러 나가던 길에 마주쳤던
소녀는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주 간난 강아지를 품에 안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또렷한 이목구비가 매력적인 소녀는 자기보다 작은 귀여운 강아지를 안고 있으면 돈벌이가 될꺼라
생각했던 것이다.
외국인들의 카메라 세례에 포즈를 취해주고는 “원달러”를 당당하게 요구한다.
사진과 강아지를 담은 외국인들에게는 끈질기게 쫓아가 원달러를 받고는 강아지를 아무렇게나
잡고 사라져버린다.
이 곳 캄보디아를 조만간 다시 찾을 것이다.
다시 이 곳에 갔을 때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음 좋겠고,
팔찌며 가방이며 옷가지를 들고와서 어디서 배웠는지
"언니 원달러"를 외치던 아이들을 그리워할 것이고,
카메라 렌즈를 향해 웃어주던 아이들의 모습을 또 한번 담아 올 것이다.
선생님들의 공부를 따라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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