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넘치는 그림책 작가, 숀 텐

일상 속 여행 2010. 3. 28. 14:00


그림책, 이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생각.
그림책, 이라고 하면 ‘글’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그림’이 곁들어진 책이라는 생각.
아마 이런 생각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일거다.

요즘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이라거나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도 많이 소개되어 예전보다는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런 편견들은 존재한다. 게다가 대형서점에서도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 코너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래서야 원. 얼마나 좋은 그림책들이 많은데.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 저, 노민-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알만한 이들은 다 아는 유명한 작가라, 이제와 새삼 소개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헤헷.
그 이름은 바로 숀 텐!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넘쳐나는 재능이 너무도 부러운 다방면의 '작가'.

숀 텐, Shaun Tan. 1974년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16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공상과학소설의 삽화를 그렸다. 대학에서는 미술(Fine Art)과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국내에 출판되어 있는 책으로는 <빨간 나무>, <토끼들>, <잃어버린 것들>, <도착>,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이 있다. 이 중 <토끼들>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도 숀 텐 자신이 직접 쓴 책들이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내용의 <빨간 나무>는 검색싸이트에서 숀텐을 찾았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작품일거다. 그리고 개성 가득한 그림과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토끼들>. 이 작품은 이민과 대륙의 원주민 침략, 식민 지배등을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민사를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 바로 <도착>이다.

2007년 볼로냐 라가치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한 <도착>은 글이 없는 그림책이다. 글이 없지만, 아니 없어서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이 책은 자신의 나라를 떠나 낯선 땅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가족이 '이 곳'에서 '저 곳'으로 떠나 정착하는 과정을 그린 <도착>은 숀 텐 자신의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미 '이상한 지역의 이상한 사람' 이라는 경험을 가진 나에게, 누군가 집을 떠나 알려지지 않은 나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마저 이상한,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새로운 곳으로 가는 이야기는 분명히 다루어야 할 문제였다." - 숀 텐 / <도착>이 만들어 지기 전까지 중에서 (원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인 아버지와 오스트레일리아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숀 텐은 '소속감' 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이어왔고, 그런 고민은 본인의 이야기 뿐 아니라 인생의 주변부에 대한 애정과 시선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작품에 깊이를 더해주는 배경이 되어준게 아닌가 한다.


숀 텐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판된 책인 <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은 그의 그러한 관심사들의 종합편처럼 보인다. 인생과 삶의 변두리 이야기.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소중한 그런 이야기들이 그의 매력적인 그림과 이야기로 펼쳐진다.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에릭'. 위 그림인 마지막 장면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씨익- 지어져버린다.


그의 재능은 그림책에서만 빛나는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픽사,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등에서 원화를 담당하거나 프로덕션 디자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참가한 작품으로는 <호튼>, <월 E> 등이 있다.


만약 숀 텐이 일러스트만 뛰어난 작가였다면, 혹은 주변부에 애정을 가진 작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열심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숀 텐은 보이는 것과 그 내용까지도 가득 들어차 있는, 분명 드문 대능을 지닌 작가이고, 그래서 그의 작품 세계를 계속해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거다.




숀텐 홈페이지
http://www.shauntan.net



(지난 주 소개해 드렸던 독서취향 테스트 다들 해보셨나요? 아직 안해보셨다면 여기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