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친구의 메신저 대화명이 '내 남자 조지 클루니' 였다.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어 물어봤더니 <인 디 에어>를 보고 새삼스럽게 이 섹시한 중년배우의 매력에 빠져들었단다. 음- 확실히 <ER> 때 부터 조지 클루니는 멋있었지.
그리고 약속이 취소되어 일찍 집으로 가려던 어느 평일 날, 극장에 걸려있는 이 포스터를 보고 그 친구가 생각이 났더랬다. 그래서 어떤 사전 정보도 없이, 단지 내 친구의 남자 (큭큭) 조지 클루니를 보기 위해 덥썩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1년 중 대부분의 날을 집이 아닌 장소에서 머무르는 라이언 빙햄은 해고 전문가이다. (해고 전문가라니, 어쩐지 미국이라는 나라와 무지 어울리는 직업같다는 생각은 나만의 편견?) 직접 직원들을 해고할 수 없는 기업들을 대신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해고하며 다닌다.
그의 취미는 출장을 다니면서 이용하게 되는 항공사를 비롯한 렌트카회사, 호텔 등의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 그 외에는 모두 단순할만큼 절제되어 있다. 집에는 최소한의 물건들만, 출장다닐 때도 최소한의 짐을, 주변에도 최소한의 사람들만 남겨둔다.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그래서 따뜻함도 없어보이는 그의 인생. 이런 그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우연히 만나게 된 매력적인 여성 알렉스와의 데이트, 의욕으로 가득한 후배 직원과의 충돌, 가족이라고 부르기엔 그 거리가 멀었던 여동생의 결혼 등,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엔 외로운 존재임을 점점 느껴가는 라이언.
영화 중반부에 이를때까지는 그냥 따뜻한 휴먼드라마라고만 생각했다.
성공한 중년, 타인과의 관계는 필요이상 만들지 않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격, 하지만 무엇인가를 계기로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타인과의 관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그래서 따뜻해지고 행복해지고 블라블라블라. 그래서 라이언이 알렉스를 찾아 그녀의 집으로 달려갈때까지의 <인 디 에어>는 그냥 그런, 멋있는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외톨이 벗어나기 영화라고 생각했다.
나쁜건 아니지만 어딘지 뻔한 그런 영화라고 오해했다.

하지만 감독은 그렇게 쉬운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 응, 그렇지, 세상은, 현실은 그렇게 쉽게 해피엔딩이 되진 않는 법이야. 끄덕끄덕.
물론 이 모든것을 계기로 라이언의 생활은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인생은 또 어떤 방향으로 바뀌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런거다. 한번에 변하는 인생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작은 계기들이 모여 인생은 변해가는 것.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났다고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찾아보았더니 역시나.
<주노>의 감독이었다.
흔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만들어내는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 다음 영화들도 무지무지 기대된다-
참- 혹시 이 글을 보신 분 중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앞으로 극장에서 볼 계획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꼭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때까지 극장을 나서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실제로 해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한 남자가 만든 "Up in the air" 의 가사와 멜로디는 찡-한 여운을 남겨줄테니 말이다.

'일상 속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하시나요? 깨알 같던 급식의 추억~ (4) | 2010.03.25 |
---|---|
책 얼마나 읽으세요? 나의 독서취향 테스트나 해볼까? (5) | 2010.03.24 |
맷 데이먼과 본 시리즈 제작진의 만남! 그린 존 (0) | 2010.03.23 |
여행을 스케치하다, 팔판동 까페 (5) | 2010.03.19 |
됐고! 꽃샘추위, 이제 그만해~ (6) | 2010.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