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일의 썸머 _ 500일 후엔 썸머도 가고, 봄날도 가고

일상 속 여행 2010. 2. 3. 21:55




500일간 톰의 심장을 쥐락펴락 하던 썸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코미디 <500일의 썸머>를 봤다.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연애가 끝나 괴로웠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랄까 격렬하게,랄까) 동감하며 볼 수 있을 영화다.




운명적인 사랑만을 기다리던 톰에게 나타난 너무나 매력적인 썸머.
친구사이임을 강조하는 썸머에게 조금씩 다가가며 톰은 행복해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썸머는 그에게서 멀어지고 결국 톰의 행복은 끝나버린다.

하지만 이 과정을 그냥 보여줬다면 여타의 다른 로맨틱 코미디와 별차이 없는 범작으로 끝났을 텐데,
<500일의 썸머>는 시간을 앞서 갔다 돌아왔다 하며 순서를 뒤섞어 톰의 감정선을 보여준다.
뮤지컬의 한 장면으로, 때로는 애니메이션으로 그 설명을 도우며
이 영화가 그저그런 로맨틱 코미디가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드라마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시절부터 눈여겨 보던 배우 조셉 고든-래빗에게 감정이입하며 '썸머, 이 여우같은 것', '어머어머, 저 나쁜!' 등등 궁시렁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웃을수 밖에 없었다. 그 고통의 표현조차도 재밌었으니까. ㅋㅋ




500일의 썸머와 비슷한 영화로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정도일까나.
잘만든 로맨틱 코미디와 호화로운 OST의 만남에서 둘은 닮았으니까.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올랐던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 였다.
로맨틱 코미디, 로 분류할 수는 없는 영화지만 두 영화는 어딘가 닮았다.
사랑을 시작하는 반짝거리는 순간과 상대방과의 모든 시간에서 느껴지는 두근거림도
시간이 지나며 상대방의 마음과 내 마음은 조금씩 어긋나고, 아프고, 슬프고, 매달리고
하지만 또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물고.

'사랑'이라는 몹쓸 것에 대해 꾸밈없이 보여주는 두 영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유지태의 대사와 "썸머는 악마야" 라는 조셉 고든-래빗의 대사 차이랄까.
<봄날은 간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500일의 썸머>는 경쾌하게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사랑은 언제든 끝나는 법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연애중인 모든 커플들도 언젠가는 다 헤어지는 법이라는 거라고! 음하하하하하하!!!!!!
알겠냐, 커플들아!!!!!!!!!!!!!!!!!!


(아아--- 담백하든 경쾌하든 끝나든 안끝나든 그 놈의 사랑은 나와는 너무 멀구나아.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