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_세상 모든 여자들을 위한 수다

일상 속 여행 2009. 12. 22. 23:36


사실 처음, 이 영화 <여배우들>을 기대작으로 꼽았던 것은
'그녀'들의 '사생활'이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하는 조금은 저급한 관음증에서 비롯된거라 고백하겠다.
저 영화 속에 나오는 상황들과 대사들은 어느 정도가 실제일까? 정말 최지우와 고현정은 싸운걸까?
...뭐 이런류의. (써놓고 나니까 조금 챙피하다, 헤헤)

막상  영화보는 동안은 종일 낄낄거리다가 살짝 찡-하다가 다시 웃다가-를 반복하며
영화를 보기 전 가졌던 궁금증은 관심밖이 되어 버리고 영화에 완전 몰입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거, 남의 이야기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하면서 봤기 때문.




잡지 촬영을 위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인 여섯명의 '여'배우들.
그들은 각자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각각 주목받는 삶을 살아왔다.
스크린이라는 뜨겁고도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과 그 속의 진짜 자아를 위태롭게 조율하며.
그런 그녀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아름다운 그녀들에게도 드러내지 않은 속사정 하나쯤은 있고, 화려해보이는 그 생활에도 말하지 못한 사연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 그 자리가 마냥 아름답고 화려하지만은 않을 터.

그 자리에서 여배우들은 집단 속의 '여'배우가 되기도 하고 스크린 속의 여'배우'가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사회 속의 '여자'가 된다. 그래서 그 순간 스크린 밖의 '여자'인 내가 공감해버린 게 아닐까.




여직원들,
여선생들,
여학생들,
여기사들.

영화 제목만 살짝 바꾸고 설정만 약간 비틀어준다면 얼마든지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법 했다.
그녀들이 특성처럼 지니고 있는 (그리고 포스터에도 나와 있는) Pride, Mystery, Scandle, Fame, Jealousy, Complex. 이 여섯가지 성질과 그녀들이 지닌 사연은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니까.

한때 인정받았던 시절에 대한 연민 혹은 자기위안, 이혼한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 실력있는 사람에 대한 질투, 남들은 알지 못하는 나만의 컴플렉스로 인한 고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뒷담화.
여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한 댓가로 그녀들에게는 그 뒷담화가 바로 직구가 되어 날아올테고,
그렇지않은 우리에게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스트레스들이 되어 오겠지.

우리 인생이 그들, 여배우들 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나날들은 덜할지 몰라도
그들의 인생과 우리 인생은 주어와 목적어만 살짝 바꾼다면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돔페리뇽 대신에 소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보그 촬영 대신에 핸드폰 셀카를 찍어라도 말이야.


그래서 그녀들의 수다는 곧 우리들의 수다이자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나가고 있는 모든 여자들을 위한 수다라고 감히 정의내리며, 올해가 가기 전에 꼭 한번 봐야할 영화라고도 감-히 추천하겠소!




사진 출처: 여배우들 공식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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