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강엔 모두 37개의 다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다리를 물으면
모두들 입을 모아 '뽕데자르 (Pont des arts)' 라고 외친다.
뽕데자르는 19세기 초에 완성된 보행자 전용 다리로 나무로 된 바닥을 밟을 때 마다
왠지 삐그덕 거리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이름처럼 멋스럽고, 다리 위에 서면 유명한 뽕뇌프 다리와
시테섬의 끝을 볼 수 있으며, 예술교 답게 각종 무료 전시와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비 구름이 몰려 와 가끔 한 두방울씩 물방울을 흩뿌릴 때 뽕데자르 위에서 센 강을 바라봤다.
습하지 않고 촉촉한 느낌의 강 바람이 사랑하는 사람처럼 머리카락을 적당히 어루만져주는 기분.
그런 기분으로 센 강에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들을 바라 볼 때 기분은 하늘을 난다.
누구 와도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인지 연인들은 비를 맞으면서도 행복하다.

하지만, 싱글은 일단 피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 줄 사랑이길 바란다.

오래 전 철학자, 시인, 화가들이 그랬듯 빠리지앵들은 예술교 이곳저곳에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떤다.
이 때 와인과 맛 좋은 빵은 빠지면 큰일 나는 것.

와인을 물 처럼 들이킨다는 프랑스 사람들의 와인 사랑을 와인 바가 아닌 이 곳 뽕데자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와인은 근사한 날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의 서브를 받으며 크리스탈 잔에 채우는 술이 아니라,
강 바람을 맞으며 사랑하는 이들과 패트병 밑둥을 잘라 나눠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하면 좋은, 그런 술이었다.

먹구름이 다리 위를 지나 시테섬으로 이동하고 뽕데자르에 다시 햇살이 비친다.
곧 다리가 휘어질 듯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서 밤을 지샐 것이다.
@ Pont des Arts,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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