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미국!! 1 - 시애틀 야구장

일상 속 여행/미국 / 캐나다 2009. 8. 27. 18:05

정말 이럴줄은 몰랐다.
내가 미쿡 시애틀에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장 safeco엘 가게 되다니.
정말 공병주워팔아 깐도리사먹고 50원짜리 분홍소세질 먹었던 시절에 엊그제같은데.
못난이 박초희가 그리도 좋아하는 야구를... 그것도 미국에서 보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쓸쓸한 감상에 젖었다.
사람 앞일은 전혀 모르는데.
정말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는것 자체가 기가찰 노릇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건데.
내가 꼭 한번은 해보고 싶은 거였던 거라 그럴까.
사실 내가 몇일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어린시절과 지금을 비교하면 사실 다른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 것이다.








사실 상식이 너무 없는 채로 갔다.
일단 기념품 샵엘 가니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만한 MLB 야구모자 가게부터 해서
각종 티셔츠들이 즐비했다. 이모자 저모자 푹푹 눌러써봤지만 어짜피 사봐야
잘 쓰지도 않을 꺼 안사기로 결심. 사람은 또 어찌나 많은지
계산할려고 줄을 설라치면 아주 그냥 함흥차사네.

그럼 구장은 어떤지좀 보자

 







와우 깔끔한 야구장
갑자기 문득...잠실 구장이 떠오른다. 잠실구장이 뭐 그닥 나쁘다는게 아니다..
그래...다만 그냥 여기가 좋다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잠실구장은 그 경사가 거의 스키장의 고급코스의 경사인것에 비해
여기는 완만하고 자리도 꽤 넓다. 깨끗도 하고.

 

우리자리는 홈팀인 1루쪽에 있는 3층석. 원래 3층석에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양념통닭과 팩소주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응원을 해야 제맛이지만
여기까지와서 그럴순 없지.

 

 




잠실구장이랑 비교를 하자면 잠실구장은 참 먹는게 잘 안되어있다
일단 앞에 가면 노점 할머니들의 김밥과 떡들이 즐비되어있지만 그닥 구미가 땡기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면 KFC에서 닭다리 두개랑 햄버거 음료세트를 만원짜리로 만들어 팔고 있다.
혹해서 사지만 말라비틀어져 보기에도 슬픈 닭다리와 닭머리로 갈아서 만들었을것같은
허섭한 햄버거 두개...살 땐 뭔가 푸짐하지만 이내 자리에서 풀어보면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KFC세트...

그러나 여긴 다양하게 종류별로 자기가 원하는 토핑대로 먹을 수 있는
햄버거 피자 핫도그 등이 있다.

흥에 겨워 핫도그를 샀다. 엄청 먹음직 스러워 보여 흥분한 나는 한입 베어물었는데
이건 무슨 고기로 만든건지 소금으로 만든건지 헷갈릴정도로 짰다.
입이 배추절임처럼 절여지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입맛엔 이게 맛겠지면
여튼 뭐...선택이 많다는 점 그리고 밖에 저렇게 테라스가 있어서 따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









그럼 응원 문화는 어떠한가
시설, 팬서비스, 캐릭터 상품화, 등등에 있어선 이곳이 으뜸이라하겠지만
응원 문화에 대해선 정말 씨마이나를 주고 싶을 심정이었다.
한국의 응원문화는 어떠한가! 쉴틈을 안주고 치어리더들이 현란한 춤을 춘다.
각자 선수마다 응원가나 구호도 다 따로 있다. 율동도 있고
방망이나 타월 종이는 필수다. (응원도구 없어서 박수치고 있다간 그 소외감과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삼구~삼진"

"한화 이글스는 우리들의 꿈~"

"떽!"

"ooo 날려버려~"

"페타지니 홈런~"

 

등등등...

 

정말 경기를 풀로 다 구경하고 나면 진이다 빠지고 땀 100리터는 필수일정도로 힘이 드는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응원문화가 작다. 없는건 아니다. 나름의 이벤트도 있다
짬짬히 뭐 생일축하, 경품 응모도 있고, 마스코트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진찍는 것도 있다.








마스코트의 깜짝 등장. 바로 옆구역에 말이다.
나도 같이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이렇게 멀리서나마 찍는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중간중간에 카메라가 재밌는 응원석을 비추는 코너는 여기서도 있었다.


한국에서도 날 비춰주면 언제든지 춤출 자신이 있었는데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  날 비춰주면 춤을 춰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젠장...그런일은 없었다.

응원이 그렇게 시덥지 않자 같이갔던 대학생애들이 한두명씩 졸기 시작했다.
경기도 첨엔 이치로가 뻥뻥 안타를 날려 점수를 내더니만 중간에 상대편의 홈런한방에
와르르르 무너지더니만 이내 점수를 줄줄이 내줘서 지고 말았다.

 

한국의 응원문화를 이곳에도 널리 퍼뜨려야한다고 주장하고프다.
치어리더들도 한껏 내보내고, 각 지역의 고유 응원문화도 만들어야한다.
오렌지봉다리라도 씌우던지 공기방망이라도 좀 들던지 하다못해 씨애틀의 명물인
스페이스니들 모양 모자라도 쓰던지 해야하는것 아닌가.

미국 엠엘비 관계자들은 한국의 야구장에 방문해서
우리의 문화를 관람하고 숙지하길 바란다. ㅋㅋㅋㅋ








야구장의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밖엘 나오니 사람들이 바글바글거려서 짝퉁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가야만했다.
그것마저도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지...

사족으로 붙이면 이치로의 인기는 대단했다.
모든 외국인들은 이치로를 외쳐댔고 그날 비록 졌지만 경기 성적도 훌륭했다.
잡지에도 온통 이치로 얼굴이었고, 기념품샾에서도 이치로가 가득했다.

 

이치로가 비록 망발을 해서 한국인들의 미움을 샀지만 그만틈 자존심과 프라이드가 강하고
승부욕또한 강한 선수인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잘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야구는...얼굴로 하는 것이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