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올라가 공병주워다 모아 깐도리 사먹던게
엊그제 같은데 머리컸다고 이 나라 저 나라 기웃거리고
게다가 이렇게 글을 쓰기 까지 하는 내모습을 보니
가끔은 감개가 무량하다.
어릴 적만해도 비행기를 타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정말 나는 기분일까
그것은 정말 인간이 늘 꿈꾸어오는 하늘을 나는 바로
바로 그런 기분일까.
솔직히 나는 기분은 아니지만 말이다.
나의 첫 해외 여행은 2004년도의 일본여행이었다.
아마 첫 해외여행을 일본 그것도 도쿄로 가는 사람들이 진짜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돈 아낀다고 웹서핑을 뒤지고 뒤지고 뒤져
삼박사일이라는 짧지만 내 인생의 화두점을 바꿔줄 것만 같은
그 여행을 이미 다 까먹어버렸지만서도
가끔 그 소박했던 여행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해외여행 갈 일이 쉬운 일도 아닌데
도쿄를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뇽'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다
'뇽' 고등학교때부터 알게된 절친한 나의 친구이다.
그녀는 일본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갔고 내가 놀러오기만 하면
재워줄 수 있다고 했다.
숙박비 해결, 비행기 값 왕복 25만원
아 너무 스고이한 조건..당연하듯 난 조용히 업무시간에
항공권 카드결제를 했다.
비행기에서 내렸고
무슨 군자에서 5호선 갈아타듯 나는 자연스럽게 도심으로 들어가는 지하철로 갔다.
하나도 기대감도 신기해 하지 않는 익숙해진 내모습에
드디어 나도 인터네셔널 피플에 입문하게 된것인가...라는
어줍짢은 평을 내려본다.히히...
지하철 풍경은 뭐 어느 대도시를 가나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위 사진처럼 문을 조심하라던지 뭐 지하철 안에서 뭘 하지 말라는둥 같은
캠페인사인, 포스터 등등이 참 귀엽고 센스 있다는 게 아무래도 좀 인정할만 했다.
참고로 내가 한자능력시험 자격증 2급이 있기에
일어를 잘 알지 못해도 대부분의 나의 우수한 한자 실력으로 이것들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음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자 한다. 에헴
여튼 친구가 여기 일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뇽은 그시간에 지하철로 도쿄역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기에 나를 데리러 오지 못했고, 뭐 내가 애도 아니니 걱정말라
내가 가서 전화를 하겠다며 쿨하게 응답했다.
우에노에서 일단 내려서 우에노 역사 안에 있는 코인락커에 일단 짐을 쳐 넣었다.
친구와 우에노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난 그녀를 놀래켜 주고 싶었다. 난 그녀와의 우정이 몇 년인가...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십년이 넘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일년이나 못본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알바 장소를 일본에 다녀온 다른 친구를 통해 은근히 자세히도 치밀히 알아냈다.
도쿄역에 있는 다이마루 백화점 11층에 있는 마이센 돈가스 집.
그렇다 그녀는 바로 그 곳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어짜피 늦은 밤 거기로 가서
그녀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를 놀래켜주자 아 이 얼마나 글로벌 서프라이즈인가.
그녀는 얼마나 감동할 것인가.
일단 도쿄역 근처에 있는 긴자역으로 갔다.
여기서 일단 그냥 거리를 구경 후 밥을 먹고 그녀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면 될 듯 싶었다.
긴자역은 처음 일본에 왔을 때도 왔었는데 사실 뭐 대학시절 내가 긴자에 와서 뭐하겠는가
돈이 있어 뭐 클럽에 들어가 아이코상 손이라도 한번 만져볼 수 있겠는가
하물며 호스트바에 가서 나까무라상 허벅지를 한번 쓰다듬을 수 있겠는가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릴 없이 그렇게 뭐 야경을 보며 어디 싼 밥집이 없을까. 일단 초밥가 시원한 맥주를 한잔할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다들 비싼 선술집 사이에서 왠지 체인점 일것만 같은 스시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맛은 생각보다 별로 였다. 그냥 한국과 별반 다를것 없는 느낌이랄까.
가게는 썰렁했고 집에가봐야 아무도 반겨주지 않고 리얼돌만이 그들을 반겨줄 것만 같은
오타쿠같은 아저씨둘과 장사엔 도통 관심없는 주방장뿐이었다.
가벼운 스시와 나마비를 일단 쭉 들이키니 살것 같았다.
혼자 또 기분 좋다고 나마비루를 두어잔 들이키니 그 돈이 어마어마했던 것 같다.
그래봐야 아직 9시였다. 그녀를 만나기 한시간 반전, 아우 지겹다...어찌해야 할지 몰라 일단
다이마룬지 대청마룬지 하는 곳으로 가서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아저씨의 인사를 뒤로한 채 다이마루 백화점엘 걸어가기로 헀다. 긴자와 도쿄역은 한정거장 정도이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맞다고 지도를 잘 찾아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놈의 백화점은 도저히 내눈에 보이지 않았다.
도쿄역에 도착하긴 했는데 속이터질지경이었다.
도쿄역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영역표시를 한뒤 난 커다란 결단을 내린다.
그래 나 돈벌잖아? 나 커어리어 우먼이야! 공병팔던 박초희가 아니라구!
택시를 타기로 결심. 당당히 탘쿠시를 세워 다이마루 데파토를 외쳤다.
아저씨는 가까운데 왜 타냐는 듯 의문을 두다가도 내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일단 타라고 한다.
부산에서 왔냐. 안녕하세요. 등 어줍잖은 몇마디를 하더니..
내리랜다
나 고작 500미터 왔을까?
요금은 한국돈으로 8000원..
가슴먹먹 답답해~
눈물이 주룩주룩~
택시비라는 해일이 나에게 조용히 밀려 왔다.
허무함과 동시에 난 도착했고 여튼 11층에 올라가니 정말 마이센이란 돈까스집이 있었다
으하하 그녀는 주방에서 일하니까 아마 겉에서 흘긋 흘긋 봐도 나를 못 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일단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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