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스플리트 근처에 있는 트로기라는 도시를 보도록 하자
전날 먹은 술과 고기는 여행 전사들에게 있어서
큰 원기가 되는 것이다.
막상 밖을 나서자 다시 힘이 불끈 불끈 솟았다.
트로기로 가는 버스를 타러 걸어가다가
차를 렌트해볼까하는 생각에 항구쪽 렌트가게에 가보기도 했다.
오토는 많이 없었고 대부분이 수동차였다.
가격도 하루에 530~1000KN까지 다양했다.
싼 오토가 많았어도 빌렸을 텐데 조금 아쉽긴 했다.

결국 차를 타는 것을 포기하고
트로기(Trogir)를 가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올라 갔다.
메인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올드타운을 벗어나
약 10분 정도를 걸어가면 로컬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37번 버스를 타고 우리가 공항에서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공항을 지나 거기서 2km 정도 더 가면 나오게 된다
소요시간은 약 50분 정도
버스비는 19KN
버스에 사람이 꽉차서 다음걸 타려 하는데 보경이가
언니 이거 이거 37번 타야하는거 아냐 아냐? 하고 하도 재촉해
설명하기도 귀찮고해서 엉겁결에 탔다
역시 앉아갈 수도 없고
게다가 차는 헌차라 에어컨이 나오질 않았다.
후우...한국의 사우나가 따로 없구나 쪄죽어 쪄죽어
오랜만에 훈훈한 버스승차를 했다.
버스 안에에서 그날 학교가 일찍 끝났는지
학생들이 바글바글 버스를 타기 시작했다
애들이 어찌나 많은지 땀냄새랑 암내비스끄무리한게 풍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젊은 아그들 아닌가?!
풋풋한 학생들이 운동이라도 했는지
땀을 송글송글 맺힌채 서로 수다떠는 모습을 보면
어찌나 귀엽워 보이던지...
나름대로 남자애들은 또 잘생긴 애들도 많아
보경이와 나는 연신 복화술로
남자들의 등급을 나누고 있었다.
뭐 여드름을 터뜨리는 애들 하며
얼토당토 않는 패션을 한 애들도 가득했다.
그런거 보면 뭐 한국이나 일본이나 여기나 애들은 애들인 듯.
그렇게 물리적 정신적으로 훈훈한 버스는 트로기에 도착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화유산 도시답게
도시는 정갈하고 깔끔하고 잘 보존되어 있었다.
어느하나 흠잡을데 없는 깨끗함
게다가 날씨도 맑진 않아도
바람이 불어 그런지 공기마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날씨는 맑은 듯 싶더니 어느새 먹구름으로 드리워졌다.
마치 나의 사춘기 시절처럼 어두워 지더니
급기야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다. 소나기이다.
심한 비바람이 몰아쳐 비를 피하고자
급하게 피자가게에 붙어있는 테라스로 몸을 피했다.
지금 이순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보경이가 아니라
아까 그 버스안에 있던 학생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정말로 소설 소나기가 따로 없는데...

상당히 작은 동네이기 때문에
한시간 정도면 충분히 대충 훑어 볼 수 있었다.
바다색깔과 고풍스러운 건물은 마치 내가 놀이동산에 온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물론 놀이동산이 이런 건물들을 흉내낸거지만 말이다.
뭔가 아기자기하면서 예쁜 동네는
마치 내가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치 저런데 펍에 들어가서
생명력과 마나를 채우기위해 뭐라도 사야 할거같고
퀘스트라도 부여받아야할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적하고 릴렉스하고 여유있는걸 좋아한다면
구지 스플리트가 아니라 이 동네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심지에 있는 것이 교통이 편하겠지만)
동네의 모습이나 구조는 사실 스플리트나 듀브로브닉과는 비슷하긴했다
올드타운이 있고 항구가 있고
비슷비슷한 건물들.
그래도 도시 한켠에 뚝떨어진 도시라 그런지
좀더 지방(?)다운 여유로움이 느껴진달까.

이런 곳을 여행하다가 느낀건
다음편에 자세히 쓸거지만 식당가가 많이 없다는 거다.
한국같은경우는 이런 바닷가 근처엔 과도한 식당가가 즐비하기 마련이다.
포화에 포화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그런 식당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니 크로아티아 전체가
식당가나 그런 먹자골목이라던지 이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장점은 그런 식당가가 없음으로 인해서
지저분한게 하나도 없고 상당히 깨끗하고 깔끔하단거고
단점은 너무 없으니까 먹을것도 없고
인간다운 정감? 쏠쏠함? 그런게 없다는 것이다.

조그만 바닷가 도시에 바람도 쌩쌩불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그러나 춥진 않은)
설렁 설렁 돌아다니다보니 어느새 동네 한바퀴를 다 돌았다.
아 무난하고 체력소비가 적당한 코스였다.
이제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좀만 쉬면
다시 술을 마실 수 있을 거 같다
ㅋㅋㅋㅋ
(이렇게 보니까 주당같은데 주당은 아닙니다요)
트로기를 뒤로하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도중 우린 둘다
버스에서 달달한 낮잠을 자게 되었다.
돌아와서 이날 우리는 펍엘 가게 되었다.
뭐 그건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비가와서 그런지 사람들도 별로 없고 썰렁하다
그동네에 살고 있는 아저씨들 몇 정도.
술집 종업원들이 슬슬 입질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자로 써진 자신의 문신을 보여주며 무슨 뜻이냐를
시작으로 작업은 시작되었다.
물론 나는 잘 안되는 영어 때문에 셧더 마우스 하고 있었지만
나의 이 뜨거운 마음 속엔 비온 뒤 춘천댐처럼
담고 있는 얘기가 가득 고여 있었다
그의 한문 문신은 空氣, 土, 水, 火란 글자가 써있었다.
참...그게...참...후우...
서양 사람들 한자로 문신 많이 새기는데
그럴려면 좀 뭐 워드라도 이용해서 프린트한 걸로 새기던지하지
글자 균형은 하나도 안맞고
삐뚤 빼뚤 뜬금없다.
뜻은 공기, 땅, 물, 불이란 뜻이고 공기말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요일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하자
그 종업원은 어이가 없다는듯 멋쩍게 웃었다.
멋쩍게 웃지말고 쪽팔려 해야하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걸 영어로 말하는건 나에게 무리지...
그러나 문신을 가리키며 웃고있는
그의 팔뚝은 탄탄한 근육질이였다.
여하튼 그것을 시작으로 북한오케스트라가 왔었다는 둥
크로아티아의 역사가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기 시작했다.
물론 영어 잘하는 보경이와...
나는 입 앙다문 조개마냥 일단 입을 꾹 닫고
가끔 추임새로 나의 존재감을 알렸다.
오케이~ 유노?
사실 얘들도 영어가 주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쉬운 영어로 말을 한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70~80%는 쉽게 알아 들을 수가 있다.
그게 맞는지 안맞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게 단점.
자기들도 재밌는 시간이였는지 공짜로
관광 엽서를 한뭉태기를 줬다
기분은 좋았지만 한개당 500원정도씩 주고 몇장 샀던 이틀 전을
조용히 후회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광스러운 샷
근육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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