쵸키의 베트남 여행기 15 - 데이투어 5

일상 속 여행/아시아 / 오세아니아 2009. 3. 17. 14:57


이제 슬슬 데이투어도 끝나 간다. 역시 이런 데이투어 관광의 마지막은
여행사와 손을 잡은 각종 쇼핑몰 순례이다.
지금 이사진에서 보여지는 쇼핑몰은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제법 깔끔하고
고급 관광상품을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쇼핑몰이였다.

고급 도자기라던지 자수 그림등등을 팔고 있는 이 곳.
베트남의 느낌은 사실상 덜하다.








베트남에서 사야할 것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특히 이 다랏에서 사야할 것은 바로 딸기잼과 와인이다.
베트남 다랏 와인이 세계적으로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베트남 내에서는
우리나라 '나주의 배, 음성고추' 만큼 유명한 것은 사실이다.

지나가다보면 딸기그림 한가득한 딸기쨈 가게며 와인가게가 수두룩 빽빽한데
그 수가 생각보다 다양하진 않은듯 싶었다.

게다가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부담없이 살 수는 있지만...
단지 그 무게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사실 와인은 만원 안쪽이면 꽤 무난한 와인을 살 수 있었다.
나야 뭐 부자는 아니지만 대충 사는데 부담을 갖지 않았다.
그러나 공익 두 명이 과연 그렇겠는가. 물론 월급을 받는다지만 십만원 남짓되는 월급으로
뭘 사려는데 부담은 살짝 되었을 것이다. 안그래도 망설이고 있는 눈치였던 것이다.

싸구리 입맛인 내가 사실 와인을 멀 알겠냐만은
그래도 나짱에서 먹었던 진로복분자보다는 낫겠거니 싶어

두어병을 사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내 미래의 암울한 사건의 단초가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면
여차저차한 상황으로 인해 나는 비행기를 급하게 타게 되었다. (이것도 뒤에 다른 얘기가 더 있다)
여튼 급하게 티켓을 끊고 들어가는 찰나 나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을
손에 쥐고 있었다. 즉 화물가방에 넣지 않은 것이다.
그냥 상관 없다고 하길래 나는 걍 들고 있었다.
왜 비행기를 탈때 액체가 반입이 안되는 것은 해외여행을 한두번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다. 그런데 어리버리했던 나는 그냥 하나를 들고 들어가다가
안된다는 저지를 받은 것이다.

아우! 그 7000원짜리 와인이 반입이 안되는데
솔직히 그깟 7000원짜리 와인을 버리자니 비행기를 타면
더이상 이것을 살 수 없을 거 같고
까짓것 버리기에 비교적 부담이 덜되는 7000원 짜리고...








당황한 나는 7000원 와인병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라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이걸 어찌해야할까
버려야할까? 버려야한다면 어디다 버려야할 까
아..ㅆ... 나오는 욕을 목구멍에 꾹꾹 담아 넣은채로
주위를 둘러보니

저쪽에서 왠 할아버지가 너무도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바로 유리제품이나 도자기등 깨지거나 손상될만 한 물건을
뽁뽁이로 포장해 주는 아저씨였던 것이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할아버지에게로 달려갔다









이게 왠일이냐 이런 서비스가 다 있냐 싶어 (인천공항에서도 못본듯)
다랏 와인을 덜렁덜렁 들고 아저씨에게로 뛰어가는 순간
내눈앞에 보인 것은...

"10$"...


그렇다
포장 하나에 10달러..
ㅆ...!!

(7달러였나? 잘 기억이 안나네)

아우 꼴랑 칠천원짜리 와인 한국에 가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와인값 버금가는 가격을 주고
포장을 하려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차라리 당장 그 아저씨한테 와인을 주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소심한 나로선 그것을 당장 깨부술 수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로 정말 와인을 포장한 뒤 화물로 보냈다.

지금 그 와인은 집의 찬장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
내가 술을 좋아하고 와인도 좋아하지만 아까워서일까 억울해서일까
그 와인만큼은 아직도 까지 않고 그대로 있다.

요새 와인이 얼마나 고급스럽고 예쁘게 나오는가..
그거에 비하면 베트남 와인은..어디 내놓기 참....에혀..


먹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나에게 오라 그깟 칠천원 짜리 와인
까짓것 그자리에서 당장따 원샷하고픈 마음이다.

여튼 그렇게 데이투어를 끝내니 서서히 다랏의 밤은 다가오고 있다.
어둠은 점점 무르익는데
혼자 또 저녁먹을 생각을 하니 쓸쓸하기도 하고 해서
용기내어 공익 2명에가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였다.








서서히 무르익는 나의 아줌마 근성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아마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겠지...
왠지 서글퍼진다.

사실 전날 다랏의 중심지에 있는 호숫가에 위치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밥을 먹었었다.
솔직히 한번 갔던 레스토랑을 또 간다는건 말이 안된다.
짧은 여행길. 될 수 있음 다양한 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아닌가?

하지만 지금 그 호기심 따윈 사라져버린지 오래.
군내나는 입에서 향내가 나기 시작했고
내 입의 거미줄을 걷고 이제 기나긴 외로움의 동굴에
한줄기 빛이 보이는데 지금 그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그 레스토랑으로 데려가면 그래도 애들이 좋아할것 같았다.
내 심정은 그것 뿐이였다.
이 누나가 사줄테니 너네는 따라만 오렴(아 위험한 발언인데? ㅋ)

오해말라
나는
조금더 얘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