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봉 米미스토리_쌀쌀한 날씨에 연극 한 편!

T로밍 이벤트 2009. 2. 13. 18:36

한 달, 한 번은 공연을 보려고 노력을 한다.

특히 연극을 자주 보는데,
아마도 왕년에 연극배우를 하셨다고 술만 드시면 그때 얘기를 하는 아빠의 영향이 큰 것 같다.

(그런데 왜 지금 직업은 PC방 경영?)





그래도 아빠의 연기력은 일품이다.

특히 엄마와 부부싸움을 하다,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아빠의 모습은
마치 햄릿을 연기하는 일류배우처럼 격정적이다!

(그럴 때 엄마의 대사는 “연극하고 있네!”)


며칠 전에는 아빠와 대학로에 가서 <삼도봉 米미스토리>라는 연극을 관극했다.
아빠에게 이 연극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제목을 보고 아빠의 고향인 제주도 ‘삼도동’이 생각났다고 한다.

“어, 여긴 삼도봉인데?”

“(3초간 침묵)... 환불할까?”

“…”





연극이 시작되기 전부터 ‘까투리 까투리~’
노래가 공연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공연 첫날인데 관객들 많기도 하다.
비지정석이라 늦게 온 이들이 자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 구성진 ‘까투리~ 까투리~’ 하는 노래들이 OST로
깔리는 상황이 뭐랄까...
시골 장터 같은 느낌이다.



“자리를 주세요!(노발대발)” 이 말이
“아이~ 이 배추 좀 싸게 해줘요!”

 뭐 이런 식으로 들린 건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연극 내용을 보자면,
제목의 삼도봉은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를
가로지르는 곳이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삼도봉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나왔다.)



‘삼도봉 정상부에 올라보면 돌무더기가 세 곳에 쌓여 있는데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사람들이 각기 돌을 던져 자기 도의 돌무더기에 많이 쌓이기를 원하였는데 그것은 돌이 많이 쌓인 도가 대길하다는 예부터 전해오던 전설 때문이다.

또 삼도봉을 기점으로 대지암, 절골 등의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어 그 옛날 대곡 간에는 암자와 사찰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며, 빈대의 극성으로 폐사되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무척 흥미로운 곳이다.
(아마 작가가 세 개의 도가 만나는 이곳을 알게 되면서
처음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도봉의 쌀 창고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고(어머...) 네 명의 농부가 용의자로 경찰서에 끌려온다.
서울에서 이 사건을 담당하기 위해 내려온 형사는 이들의 판에 박은 듯 똑같은 내용의 진술서에 의심을 품고,
결국 이 네 명의 농부는 당시의 상황을 경찰서 안에서 재현하게 된다.

베테랑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웃겨준다!
네 명의 농부는 삼도봉의 지역적 특성처럼 각각 다른 지역의 사투리를 구사하고,
한 명 한 명의 상황재연이 진행되며, 또 중첩이 되면서 경찰서 내부는 점점 더 ‘그날’, ‘그곳’이 되어간다.
그리고 네 농부(때때로 형사의 급작스런 찬조출연)의 혼신 어린 재연 연기가 빛을 발한다!



당시의 현장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사건 현장인 쌀창고는 미국에서 수입된 쌀이 쌓여있는 곳이고,
그곳에 개인적인 사정을 지닌 네 명의 농부가 야밤에 차례로 찾아온다.
그 안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고,
실수로 창고에 불이 나게 되고,
때마침 몰아친 태풍은 화재도, 네 농부의 갈등도 잠재운다...


이렇게 말하면 매우 암울한 얘기 같은데.. 분명 관객들은 웃고 있다!(나도...)
하하하~ 훌쩍훌쩍… 하하하~ 훌쩍훌쩍...  웃다, 울다, 웃다, 울다 이러면
뭔가 몸에 정상적이지 않은 현상이 일어난다는데..


하지만 표면적인 사건을 둘러싼 개인적 사연들로 이야기가 심화되면서,
그 네 농부들의 정체는 우리나라 농부들의 ‘땅과 함께 살아가는’ 고충을 대변하는, ‘국가 대표 농부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아픔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데……

 

과연 이 사건의 전말은!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는지라 함구!

 

이 연극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스토리가 매우 탄탄하고, 특히 ‘말의 맛’을 잘 살린 것 같다는 것이다.
사투리가 주는 구수한 맛도 그렇지만,
극에 등장하는 단어들 속에서 언어유희의 요소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연극을 보며 아빠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뭐였냐고 물어봤더니…

“응,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필용이의 아들이 전경이 되서 필용이랑 마주치는 장면 있잖아.
그걸 보니까… 우리 딸도 저렇게 효심이 지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허허”

(효도를 강요하시는 건가…)





 
연극 속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의 원래 발음은 ‘살암’이었고, 식물의 ‘살’과 동물의 ‘살’을 먹으며 ‘살(삶)’을 유지하는 게 사람이라는 것.



하지만, 삶의 바탕이 되는 쌀을 만들어 내고 있는 농민들이
이리도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


오늘부터는 삼겹살을 먹을 때 꼭꼭 공기밥도 함께 챙겨먹겠다는 굳은 결심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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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8일 6시에 <삼도봉 美스토리> 공연을 보실 분은 20자 이내로 기대평 혹은 감상평을 남겨주세요.
 <삼도봉 美스토리> 공연 티켓 2장을 5섯 분께 나누어 드립니다. ^^

 응모일자 : 2009년 2월 13일 ~ 3월 3일
 발표일자 : 2009년 3월 4일 보고 계신 포스팅에서 발표
 주의사항 : 선정되신 분은 3월 5일(목요일)까지 이름/휴대폰 번호를 비밀댓글로 꼭 남겨주세요.
 
 공연안내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3월 8일 6시 공연
 공연문의 :
www.idsartcenter.co.kr/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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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선정되신 분은 3월 5일(목요일)까지 이름/휴대폰 번호를 비밀댓글로 꼭 남겨주세요.
(기간 내에 남겨주시지 않으면 기회는 다음 분에게 이월됩니다. ^^;)

공연시간 30분 이전까지 꼭 도착하셔서, T로밍 블로그 통해서 왔다고 말씀하시고,
본인 신분증을 제시하시면 공연관람이 가능합니다. 양도는 절대 불가능 하오니 이점 양해해 주세요~ 

1) 무소유한벌레   2) 유정   3) 원두   4) BW   5) 나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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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스! 아래 선착순으로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남겨주시는 첫 번째 분께 위 공연관람 기회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