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젊고 라디오를 듣던 시절의 일이지.
그러니까 우리동네 송파구에서 홍대는 2호선의 극과 극, 주말마다 여행을 하듯 초록색 열차를 타고 나들이를 떠났어. 한강다리들이 수난이던 시절이라 열차는 순환하지 않았고 행선지엔 이렇게 적혀있었지. 홍대입구행
입안에 물고있으면 탄산으로 70%는 기화해버리는 신기한 음료, 닥터페퍼가 무려 5천원. 하지만 그 5천원만 내고 앉아있으면 저 멀리 영국과 미국의 꽃 미남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하루 종일 볼 수 있어. 어두웠던 그 곳 음감실, 변태는 없었지만 그렇게 놀다가 들어간 날은 아저씨들이 핀 담배연기가 옷에 배어 집 앞 놀이터에서 미친 X처럼 팔을 들고 빙빙 돌았지.
근데 그것도 한 두 번이지 평면 위의 뮤지션들은 맨날 똑같이 부르고 있잖아. 그래서 우리 반 애랑 같이 클럽이란 데를 갔어. 그게 지금 생각하시는 그 클럽이랑은 좀 다르거든요? 어쨌든 스팽글인지 비즈인지 지금은 문을 닫은 그 곳, 사실 우리가 갔던 그 날이 문을 닫는 날이었는데 어휴, 아직도 그 근처만 가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날 공연, 코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멋있던지,
어휴 당장 CD를 사고 집에 와서 듣는데 와, 이 녹음 상태란 고등학생이 듣기에도 조악하구나. 로우파이라고 어려운 말을 지어내긴 하는데 아무리봐도 이건 자기 합리화야. ㅎㅎㅎ
그래서 주말마다 홍대입구행 열차를 타기 시작했어.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고 다리가 다시 개통되어 홍대입구행은 열차는 보이질 않기 시작하고 같이 가던 친구는 재수한다고 학원에 들어가서 같이 갈 친구가 없어져 뻘쭘해서 점점 안가게 되었지.
아 이런… 나 방금 내가 연애를 제대로 못 했던 이유를 깨달은 것 같다. 첫사랑의 열정을 음악에다 쏟아버렸구나. 좀 센치해지는데?
이게 다 요즘 옛사랑들이 스믈스믈 다시 나오니까 그런 거 아냐.
맘마미아 때문에 복고가 유행이라지만 내게 아바는 너바나와 스매싱펌킨스, 언니네와 델리, 마이앤트메리거든. 내 옛사랑은 모습이 변해도 여전히 사랑스러울 거라고 생각해. 이제는 뭔가 어른의 사랑이지만 말이야.
작년의 언니네는 누가 말할 필요도 없지 명반이었지. 근데 내가 좋아했던 건 마이 앤트 메리쪽이었달까? 사실은 토마스 쿡이라고 마이 앤트 메리의 정순용의 솔로 프로젝트, 나는 뭐랄까 그 멜로디들을 사랑하고 있었다랄까나?
언니네가 인디씬과 메인스트림 사이에서 이런 듯 저런 듯 고민하는 모습이었다면, 사실 이모들이야 애초부터 야망이 있었지. 비쥬얼이 좀 되거든… ㅋㅋㅋ
이번의 앨범은 사실 옛사랑 그 모습은 아니야. 날이 선 기타음을 죽이고 다른 악기들이 많이 들어왔지. 그렇지만 나는 옛사람의 변한 모습을 보며 뭐라는 사람은 아냐. 나는 알 수 있지. 악기가 풍부해져서 기타소리가 예전 같지 않아도, 다른 보컬들의 목소리가 그의 곡을 부르고 있어도 그 멜로디는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을…
그 새로운 멜로디들이 나를 다시 추억에 빠지게 한다.
변한 그 사람의 한 구석에 남겨진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 트랙 하나하나에서 조용하게 곱씹어서 옛 기억을 되살린다.
아 이런 젠장 이제 스물 일곱이다.
My Aunt Mary 5
Circle
released: 2008-12-16
01 푸른 양철 스쿠터
02 마지막 인사
03 Night Blue
04 Silence (Feat. 조원선)
05 굿바이 데이 (Feat. 지선)
06 다섯 밤과 낮
07 내게 다가와
08 열대야
09 내 맘 같지 않던 그 시절
10 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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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일자 : 2009년 1월 15일 ~ 2월 5일
발표일자 : 2009년 2월 10일 보고 계신 포스팅에서 발표
주의사항 : 선정되신 분은 발표일 이후 7일 이내에 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비밀댓글로 꼭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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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자 발표 --------------------------------------------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당첨되신 분은 2월 17일까지 이름/ 휴대폰 번호/ 주소를 비밀 댓글로 남겨주세요~
1) 언니네 : 다섯은많지 2) 변태중년 : 앤은있지롱 3) 정릉에서 : 롱타임원츄
4) 버티고 : 다음에만나 5) 지중해 : 나뽑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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