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김종욱 찾기>, 크리스마스 데이트용으로 딱♡

이래가지곤(?) 못살겠다!

연말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곧이어 기어코 한 살을 더 먹고야 만다는 사실에 좌절하던 노민, 어느 날 밤 집을 뛰쳐나가 심야영화를 보러갔더랬습니다. 물론 근처에 사는 친구를 호출했지요, 아직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소심해지는 초급 솔로랍니다.

아무튼 표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데, 제 앞에 서 있던 커플이 25일 오후에 볼 영화를 미리 예매하고 있더군요. 그래요, 연인들이 시내 곳곳에 창궐하는(!)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습니다. 그때를 피해 얼른 영화를 봐두어야겠다는 생각은 절대 아니었지만, 여하튼 의연한 마음으로 “<김종욱 찾기> 두 장이요!!”를 외쳤어요. 뭐, 이 야심한 시각에도 곳곳에 연인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로맨틱코미디 영화라고 꼭 커플들만 보란 법 있나요?

그래도 오랜만에 심야영화를 보러 나왔더니, (일단 내일 출근 걱정은 접어두고라도), 괜스레 가슴이 설레더라구요. *_* 역시 가끔씩 일탈까지는 아니더라도 생활에 이런 변화들을 주면 좋은 것 같아요. 영화관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거짓말처럼 저희 둘밖에 없어서 전세라도 낸 기분이 들었는데, 영화가 막 시작될 무렵이 되자 커플 세 쌍이 후닥닥 밀려들어왔답니다. 그래도 듬성듬성 앉아서 영화를 보니 기분이 새롭더라구요.

각설하고 영화 <김종욱 찾기>는 깔깔 웃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깜찍한 영화였어요. 첫사랑을 찾아 나선 여자와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차린 남자와의 티격태격 로맨스!

2:8 가르마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고지식한 성격의 소유자 한기준(공유)과 아무렇지 않게 험한 말을 내뱉고 우적우적 햄버거를 먹는 터프한 여자 서지우(임수정). 그 주인공이 임수정과 공유라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두 배우의 연기변신이라면 변신이라 할 만한 캐릭터가 꽤 매력적이랍니다.

뮤지컬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온 이야기는, 첫사랑을 처음 만난 배낭여행지 인도와, 나중에 첫사랑을 찾아 누비게 되는 전국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어우러져 영상미도 볼만 하답니다.

무엇보다 원작 뮤지컬에 출연했던 신성록, 오만석, 김무열 등의 훈훈한 남자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해 원작을 즐겼던 관객들은 요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그들이 어떤 기막힌 배역의 카메오로 등장했는지, 찾아가며 즐겨보세요~

원작자이자 뮤지컬을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춤과 노래 대신 곳곳에 유머를 터트리는 에피소드를 배열해 이야기의 틈을 채웠답니다. 덕분에 자잘한 재미들이 깨알같이 숨어 있어요.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가볍고 밝아진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설 수 있으니, 크리스마스나 연말 데이트용으로는 합격점인 듯. :)

무엇보다 드라마 <커피프린스>가 차도녀들의 귀가를 앞당기던 그 시절에도, “공유가 뭐가 멋있다는 건데?” 하며 시큰둥하던 노민,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의 떡 벌어진 어깨와 튼실한 가슴팍에 반했다는 이야기! 아아…. 새해엔 저도 믿음직스런 연인의 품에 코알라처럼 안겨 있고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