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_흥미로운 13개의 일상

‘재신, 용하, 선준, 윤희’...나의 꽃도령들(성스)이 떠나고, 허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오래간만에 터벅터벅 서점을 찾았다. 우울함과 헛헛함을 달래는 나만의 방법 중 한 가지는 괜시리 슬픈 노래를 듣거나 눈물 쏙 빠지는 책을 읽어 차라리 속 시원히 털어버리는 것.

 

핑크빛 도서에 비오는 거리의 몽환적인 사진으로 싸여진 김영하 작가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한 번쯤 읽어봤을 법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이건만, 그 분의 소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저 ㅣ 문학동네

 

자신이 로봇인 줄 아는 한 남자와 자신이 이미 죽은 줄도 모르고 있던 또 한 남자. 그리고 서울, 하이델베르크, 뉴욕, 베이징과 같은 도시. 그 곳을 누비는 그들에게, 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작가는 도시적 감성의 대표 작가답게 색다르고 신선한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이곳’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묻는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예스 24 도서 소개 中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13개의 단편 소설로 되어 있었다. 무슨 특별한 이야기가 일어날 듯~ 하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난다 해도 별 관심 없거나 철저히 개인적인 혹은 주관적인 ‘나의, 나로 인한, 나에게’가 아니면 별일이 아닌 이야기들.

 

응, 그게 뭐냐고?

 

한고은이 결별했다더라?

배우 오만석이랑 조안이 결별설에 휩싸였다던데?

내 친구 누구네 집 강아지가 죽었대~

전라도에 사는 누가 UFO를 봤다던데?

 

우리에게는 가십거리 중 하나일 지 모를 이 한 줄짜리 사건들이, 그들에게는 더 이상 일상이 아닌, 어제와 다른 오늘이 되는 ‘커다란 사건’이라는 거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서는 그들에게만은 특별한 13개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너에게나 나에게나 그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흥미로운 13개의 일상.

 

김영하 작가가 괜히 젊은 감각을 대변하는 작가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우리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통해 이처럼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다니! 역시 김영하 작가님+_+

우울하지만, 그 우울함이 나쁘지만은 않을, 충분히 감성적이고 몽환적인 소설.

노민이를 믿고 쓸쓸한 11월과 잘 어울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속으로 빠져보세요!!

 

 

삶이란 별 게 아니다.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나자 한결 견딜 만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그녀는 그 문구를 계속 되뇌었다. 삶, 젖은 우산, 참고 견딘다. 삶, 젖은 우선, 살갗, 참고 견딘다…

- 본문 중에서 (p.9) –

 

"……있는 거야?"
그녀가 묻습니다. 나도 궁금합니다. 나는 있는 걸까요? 정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내 육신이 거기 있다고 해서, 응, 있어, 나 여기 있어, 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아, 대저 존재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분명 여기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고 그녀가 느낄 고통을 미리 느끼고 있는데, 그런데 나는 과연 없는 것일까요? 

- 본문 중에서 (p.99) –

 

 

 

 

-------------------------------------------- 이 벤 트 안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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