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사회 이후, 이 영화를 보고 난 평론가들의 평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정의란 무엇이 아닌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신랄한 누아르 ★★★★ (황진미)
류승완의 선전포고 ★★★★ (이동진)
장르영화와 현실비판의 정당거래 ★★★★ (이화정)
굳이 주먹이 안 울어도 명품 ★★★★ (주성철)

시사회를 놓쳤던 노민, 개봉일인 어제 <부당거래>를 보고 왔어요. <영화, 감독을 말하다>라는 지승호 씨의 인터뷰뷰집에서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를 인상깊게 읽은 데다가, 무엇보다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등 이름만 들어도 믿음이 가는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 영화라 기대가 컸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 본 류승완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흥미로웠어요. '-'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초등생 연쇄 살인 사건. 계속된 검거 실패로 민심을 의식한 대통령이 경찰청을 방문하고, 수사 도중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청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듭니다. 바로 가짜 범인인 ‘배우’를 만들어 사건을 종결짓는 것이죠.
이제 여기에 각자의 이익을 노린 인간 군상들이 엮어듭니다. 이번 사건만 해결하면 승진시켜주겠다는 확답을 받은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 반장, 자신을 망신시킨 부동산 업계의 큰 손 김회장으로부터 건물 입찰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장석구(유해진), 김회장으로부터 스폰을 받는 검사 주양(류승범)까지.
각자의 욕망과 이익에 충실한 이들이 얽혀들면서 지독하게 꼬인 그들의 부당거래가 시작됩니다. 영화는 서로를 못 믿어 끊임없이 배신하고 적에게 다시 고개를 숙이거나 손을 잡는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와 일그러진 욕망에 초점을 맞춥니다.
대국민 조작이벤트라는 흥미진진한 설정과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류승완 감독. 스피디한 전개 덕분에 2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아요. 거기다 류승완 감독과 세트인(?) 정두홍 무술감독의 지휘 아래 실감나는 액션까지 곁들여져 남자들의 찐한(...) 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류승범, 황정민, 유해진, 천호진 등 연기파 배우들의 인상 깊은 연기 때문에 두 시간 동안 영화 속에 말 그대로 푹~ 몰입할 수 있어요. 특히 류승범의 깐죽 연기는 일품! ㅎㅎㅎ 어둡고 비열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숨통을 틔워주듯 잊을만하면 큰웃음을 빵빵 터뜨려 준 건 바로 류승범의 맛깔나는 연기였어요. 영화속에서 확인해 보시길!
<부당거래>는 연쇄 살인 사건, 권위계층의 부정부패, 검사와 스폰서 문제, 대형 건물 입찰 비리 문제 등 영화 속 사건들이 최근 몇 년 사이 뉴스와 신문 1면을 장식한 실제 사건들과 닮아 있어 현실감을 더합니다. 특히 뉴스를 통해 보도된 사실뿐만이 아니라, 사건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비하인드 스토리-쉬쉬 하며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드러내놓고 밝히지 않았던-를 적나라하게 ‘까발려’ 법과 정당성이 상실된 대한민국의 현재에 일침을 가합니다.
형식은 긴장감 넘치는 영화지만, 내용은 PD수첩 뺨치는 <부당 거래>, 올가을 잘빠진 액션 누아르 한 편 보고 싶어 하는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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