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절박한 위안, 김소연의 시들

일상 속 여행 2010. 9. 29. 10:03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요즘, 문학소녀(?) 노민이 푹 빠져 있는 시집이 있어요.
바로 김소연 시인의 시집 『눈물이라는 뼈』랍니다. 

요즘 처럼 바람이 서늘해지고 노을이 짙어지는 계절에 읽으면 꼭 어울리는 시집이에요. ㅠ_ㅠ

좋은 건 혼자 못 보는 노민,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 몇 편을 데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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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쓰러져 네 방을 덮쳤다던 큰 나무

네 엄마는 시름져 누웠다지만
너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종이처럼 얇았을 너의 집을 인내했다지만
내가 나무였대도 그랬을 테지
네 방 앞에서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면
무너뜨리는 것과 껴안으려 넘어지는 것이 다르지 않다면

 <너라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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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엄마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에
아기들이나 지을 법한 표정을
세상 모든 엄마들은
잠잘 때에 짓곤 하지
나이 먹은 여자가 잠든 방은 그래서
들여다보면 안 되는 거야

얼굴을 내려놓았다면
나 역시 그런 표정이었겠지
그러니까 내려놓으라 하지 말아줘
얼굴을 쓴 채로 누워 있게 해줘

당신은 꿈을 꾸고 있어줘
일어나 새로 태어난 듯 항상 웃어줘
뒤척이지 말아줘

 <뒤척이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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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 가득 꿈을 물고 누워서
꿈 얘길 뱉고 있는 나에게
거기서도 여기 얘길 하니
넌 꿈 얘길 하러 잠시 여기 온 게 분명해
당신이 말했어

거기선,
숨을 몰아쉬며 달려, 거친 폭풍처럼 직진하며 너를 찾으러 다녀, 문을 열고, 미안해요, 또 문을 열고, 미안해요, 달뜬 이들의 동공 없는 눈동자가 하나씩 꺼졌고, 창자처럼 구불대는 골목 시장 끝방에 있는, 그 끝방 중에 또 다락방에 있는, 헌책방 책들처럼 아슬히 꽂힌 당신을, 찾겠다고, 당신에게 다가가겠다고, 파도에 휩쓸려온 미역들을 발목에 감은 채
거기 가서 여기 얘길 어떻게 할 수 있겠니
이렇게 숨이 차게 달리고만 있었는데

<거기서도 여기 얘길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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