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북한식당을 가다! 에디 매니저의 출장기 1탄.

일상 속 여행 2010. 5. 29. 01:33


얼마 전 동남아 출장을 다녀온 에디(Eddie) 매니저에게
T로밍 블로그에 포스팅 할 만한 콩고물 좀 흘려 달라고 압박을 가하던 노민.
바쁜 업무가 일단락 된 에디 매니저를 복도에서 납치해(?) T라운지로 모셨어요.
아이스 카페라떼로 환심을 산 뒤, 슬슬 출장 비하인드 스토리를 캐내기 시작.


노민: 홍콩, 베트남, 캄보디아는 무슨 일로 다녀오셨죠?! 그것도 2주씩이나!

에디: 이거 무슨 청문회야?
노민: 흉내 좀 내봤어요. 그래도 궁금해 하실 분들을 위해 소개 좀 해주세요.
에디: 케이블 프로그램이야?
노민: 아 쫌~
에디: (의젓하게 자세를 고쳐 앉더니) 해외에서 고객들이 로밍을 하면, ‘어느 도시에서 통화 연결이 잘 안 돼요’, ‘MMS 발신이 안 돼요’ 하는 의견들이 들어오잖아요. 그걸 다 취합해서 가장 고객 불만이 많이 나온 곳에 다녀오는 거예요. 현장에 가서 단말기 스무 대 정도를 가지고 해당 사항을 다 테스트해 본답니다.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음홧홧.
노민: 네, 뭐 그건 됐구요. 가서 재미있는 일은 없었나요?
에디: 하루 종일 호텔방에 틀어박혀 있어서 특별히….
노민: 에이.
에디: 진짜야. 한국이랑 시차가 2시간 나잖아. 6시에 일어나서 7시에는 컴퓨터를 켜야 한국 시간 9시에 맞춰서 일을 할 수 있거든. 게다가 캄보디아는 바깥 온도가 38도여서 나갈 엄두도 못 내. 창밖은 이국적인 풍경인데 계속 방에 앉아 일하고 있으니까 그냥 TV 틀어놓은 느낌이었다니까. 그래도 처음 이틀까지는 신이 나 있었거든? 이것만 빨리 하고 놀아야지, 하면서. 근데, 일이 안 끝나더라고….
노민: (왠지 조금 미안해짐) 그, 그래도 밥 먹으러는 나갔을 거 아니에요~
에디: 맞다!!!!!!!!!! 북한 식당 갔었어!!!!!!!!!
노민: 그래요!!!! 제가 원하는 얘기가 바로 그런 거예요!!!




그리하여 <에디 매니저의 얼쑤절쑤 북한 식당 방문기~>가 시작됐어요. 일 얘기를 하면서 축 내려가 있던 눈꼬리와 우울한 입매는 어느 새 방싯방싯~! 그건 다, 북한 식당 직원 언니들의 미모 때문이었던 것 같지만요.












에디: 진짜 진짜 진짜 예뻐. 거기 직원들은 예술단 중에서도 특별히 선발돼서 우리나라로 치면 외교 사절단이 파견되는 것처럼 나온 친구들이야. 나이도 19살에서 23살 사이?
노민: 나이 때문에 더 좋아하신 것 같은데요. - _-
에디: 아냐, 흠흠. 들어보라니까. 서비스도 완전 차별화 돼 있어. 우리나라는 종업원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고 그냥 가잖아. 그런데 거기서는 옆에 계속 서서 찌개도 떠 주고 고기도 구워주고, 말동무도 해주고 그래.
노민: 뭐 드셨는데요?
에디: 처음에 갔을 땐 셋이서 김치찌개랑 냉면을 시켰어. 우리는 보통 같이 시켜서 나눠 먹고 그러잖아. 그랬더니 그분들이 “셋이서 냉면 한 그릇을 한심스럽게 으띃게 먹습니까?”하시더라구.
노민: ...부끄러워요.
에디: 그래도 옆에 서서 냉면 잘라서 조그만 그릇에 하나씩 다 담아주고 그랬어. (그때를 회상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으려는 찰나)
노민: (냉큼) 그런 데선 공연도 하지 않나요?
에디: (아쉬운 표정으로) 응, 냉면을 한창 먹다 보니까 “죄송하지만, 공연을 좀 다녀와야 해서” 하고 사라지더니 한복으로 갈아입고 나와서 노래도 부르고 무용도 보여주고, 장구도 치고 하더라구. 맞다, 신청곡도 받아줘!
노민: 와, 남한 노래도요?
에디: 응, 심수봉 노래 같은 옛날 노래는 가능하더라구. 노래도 어찌나 곱게 부르던지. ㅠ_ㅠ 춤은 말할 것도 없어.
노민: 우리나라로 치면 소녀시대가 레스토랑에서 서빙도 하고 공연도 해주는 느낌일까?
에디: 근데 그 친구들은 정말 너무 참해. 얘기를 나눠 보면 순수하다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어. 노민, 넌 참한 것과는 좀 백만 광년 멀잖아.
노민: 누가 뭐래요?! ...아니, 누가 알아요?! 저도 뭐 유럽 광장 같은 데서 한국 전통 무용 한 번 선보이면 기립박수라도 받을지! 이렇게~ (얼쑤절쑤) 이렇게~
에디: 음... 그건 그냥 명수옹의 황진이 춤 같은데?
노민: .........


왠지 골이 나버린 저를 달래기 위해 에디 매니저는 결국 점심을 쏘기로 했답니다.

마음 같아서는 캄보디아 북한 식당으로 가자고 하고 싶지만, (사실 저도 매우 보고파요!)
그냥 엄청 비싼 걸 먹는 걸로 이 마음을 풀어야겠어요.

에디 매니저의 파란만장 출장 이야기는 2탄으로 이어집니다!
근데 뭘 하느라 이렇게 안 나오시는 거야. 에디 동무! 날래 날래 오시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