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선셋> 좋아해? <비포선라이즈>에서 안타깝게 헤어졌던 에단호크와 줄리델피의 9년 후 이야기!
노민은 <비포선라이즈>랑 <비포선셋> 둘 다 너무 좋아해.
특히 <비포선셋>을 보고 나서는 파리에 대한 로망이 더더욱 커졌지. 두 사람이 함께 걸었던 세느강변,
오스카와일드가 묻혀있는 공동묘지, 작은 카페테리아까지 *U_U*
낯선 책방에서 에단호크의 향기가!
그리고 무엇보다 두 사람이 극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그 곳!
에단호크가 출판기념 사인회를 가졌던 다락방 같은 서점이 기억에 남아.
어쩐지 옛날 사람이 책 사이에 숨겨놓은 쪽지가 남아 있을 것 같은, 오래된 종이냄새가 날 것 같은 그곳,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긴장감 >_<!
바로 그 서점이 파리에 있다니, 꼭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어?
다락방 같은 그 책방의 이름은 바로 ‘셰익스피어&컴퍼니’! 셰익스피어는 영국인 아니냐고?
맞아. 영국인들이 너무나 사랑한 작가지.
이곳은 파리 한복판에 있지만 영문학 책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거든. 노트르담 성당에서 남서쪽으로
센 강을 건너 골목을 내려오면 노란 간판과 초록색 덧창문 앞으로 그득히 쌓인 책이 보이는데,
그곳이 바로 ‘셰익스피어&컴퍼니’야.
세련되고 모던한 서점을 상상했다면, 겉에서 보이는 ‘셰익스피어&컴퍼니’의 모습을 보고 실망할지도 몰라.
‘셰익스피어&컴퍼니’는 눈에 띄게 현대적이거나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자체 출판하는 책이 있는
전문 서점도 아니거든. 하지만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국적과 인종을 불문한 파리의 여행자들이
조용히 책 속으로 한창 여행 중인 진풍경을 볼 수 있어. 나도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 골라서 슬쩍 넘겨봤지!
화사한 햇살 아래 세월의 손때가 뭍은 책을 직접 펼쳐보면서 느끼는 손맛은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이었어 ^_^
빼곡하게 진열된 서가 안 오른쪽 구석에는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빨간색 계단이 있어. 삐그덕거리는 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아래층과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져.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구석구석 놓인 책상과 타자기들. 몇몇 젊은이가 이 오래된 타자기를 차지하고 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한쪽에 정중한 문체로 ‘여러분의 방문을 환영하지만 글을 쓰는 미래의 작가들을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쓴 부탁의 표시가 있어.
소설가 지망생들을 위해 공간을 내주는 것인데,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책방을 위해 조금 봉사를 하면 무료로 숙박도 제공한대.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들을 사랑한 서점
‘셰익스피어&컴퍼니’가 이런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니었어.
때는 1919년 12월. 프랑스로 이주한 미국인 실비아 비치가 파리와 문학에 대한 지극한 애정으로 문을 열게 됐대. 당시에는 영어로 쓴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방은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해.
거기다 뉴욕 문단에서 거부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 초판본을 출간하게 되면서 더더욱 작가들의 사랑을 받았지.
하지만 이 작은 책방이 세계 2차 대전을 피할 수는 없었어. 그렇게 ‘셰익스피어&컴퍼니’는
잠시 문을 닫게 됐지만, 10년 후 서점이 있던 자리에 미국인 방랑 시인 조지 휘트먼이 ‘르 미스트랄’이라는
책방을 열면서 부활하게 됐대. ‘셰익스피어&컴퍼니’라는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964년이라고 하고.
세계 2차 대전을 겪은 서점이라니, 참 기구하지?
그 오랜 세월을 책방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감당하며 90여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고 생각하니
새삼 이 책방이 더 근사해 보였어.
파리에는 화려한 볼거리가 많아. 유명한 작품들이 전시된 박물관, 비싼 명품들이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
젊은 열기로 가득한 라탱지구,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우아한 시테 섬까지.
어느 하나 그냥 넘어가기 힘든 곳들이지만, 중간중간 이렇게 고즈넉하고 소박한 파리의 작은 서점들도 들러보는 것을 추천해. 부산스러운 21세기 파리의 한가운데서 잠시 옛날의 파리를 만날 수 있거든.
게다가, 혹시 알아? <비포선셋>의 한 장면처럼 에단호크 같은 멋쟁이 작가와 눈이 마주칠 수 있을지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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