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베이징 처음 온 외국인 "모든게 OK"

일상 속 여행 2008. 8. 21. 23:30
[2008 베이징올림픽] 베이징 처음 온 외국인 "모든게 OK"
5년된 외국인 "올림픽 끝나봐야 안다"



베이징은 올림픽의 열기로 뜨겁다. 가는 곳마다 올림픽을 알리는 현수막과 자원봉사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TV를 켜도 온통 올림픽 경기 중계와 관련된 소식이 넘쳐흐른다.

번화가인 왕푸징 거리 곳곳에서 중국 경기를 중계하는 화면이 온 종일 상영(?)되고 있으며, 경기장뿐만 아니라 "찌아요(힘내라)!"라는 외침은 거리 곳곳에서 쉽게 들을 수 있어 지금도 귓가에 윙윙 울린다. 베이징에 있는 사람들 모두 올림픽에 열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편으로는 올림픽이 끝나고 이들은 무엇을 할까 하는 걱정도 든다.

그렇다면 베이징 올림픽을 보러 온 외국인 관광객들과 올림픽 이전부터 베이징에 살고 있던 외국인들은 이번 베이징올림픽, 나아가 베이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베이징에 도착한 지 갓 일주일도 안 된 외국인부터 베이징 땅을 밟은 지 5년이 넘은 외국인까지, 베이징 올림픽이 중반으로 다가서는 시점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주일] 외국인 관광객들 이구동성 "베이징은 멋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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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에서 온 이안


지난 13일, 관광객들이 많이 모인다는 난뤄구샹 후통의 한 카페에 갔다. 미 시애틀에서 왔다는 마크와 스티븐 부자는 이날 오후 5시에 있을 축구경기를 보러 가기 전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올림픽을 보기 위해 개막일인 8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마크에게 베이징의 대한 첫인상을 묻자, 그는 "중국인들이 매우 친절해 뭐든지 다 도와주려 한다"며 "멋진 도시"라고 말했다.


런던에서 온 이안 역시 "베이징에 오기 전에는 공기가 많이 오염됐을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공기가 깨끗해서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입국했다.

마크와 이안뿐만이 아니다. 지난 6일부터 취재를 위해 베이징 현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중국인들의 친절함'과 예상보다 '깨끗함'에 감탄했다고 한다. 이들이 일주일간 경험한 베이징의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1달 반] 프랑스인 리아 "모든 것을 다 검색해야 한다는 강박증 걸린 듯"


프랑스에서 온 리아(22·여)는 이제 베이징에 온 지 한 달 반정도 됐다. 그녀는 여름방학을 맞아, 중국어도 배우고 여행도 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다. 지금은 한 달간의 인턴십을 마치고, 어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우며 틈틈이 여행도 하고 있다.


리아는 얼마 전 비자문제 때문에 애를 먹었다. 그녀는 30일 관광비자로 들어왔는데, 비자를 연장하려 하자 그새 법이 바뀌어 더 이상 연장이 안 된다는 통보를 받은 것. 그녀는 "갑자기 법이 바뀌었지만 연장하러 가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면서 "당시 상황은 정말로 황당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리아는 중국 현지에 있는 계좌에 일정 정도의 돈을 입금한 후에, 증명서를 받아 비자를 연장할 수 있었다. 그녀는 올림픽으로 인해 비자발급·연장 요건이 강화되면서 자신 이외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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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에서 온 리아


리아는 올림픽을 맞아 보안이 지나치게 강화된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 보안이 강화된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보안과 남용은 엄연히 다른데, 이건 남용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디를 가든 경찰이 있고 검색을 한다. 그래서 때로는 마치 내가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거리에 경찰이 있으면 '아, 내가 여권을 가지고 있나. 문제 될 건 없나'를 확인하고서야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다."


그녀는 "현재 베이징은 모든 것을 다 검색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는 리아는 현재까지의 베이징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사람들이 웃통 벗고 다니고, 길거리에 침 뱉는 모습을 봤을 때는 솔직히 놀랐다. 이는 유럽에선 매우 무례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이것이 그들의 '삶의 방식'임을 알게 되었다. 중국인들은 베이징을 자신의 집 같이 편안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아는 "시간이 지나면서 베이징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냐'고 묻자, 그녀는 "중국인들은 친절해서 뭐든지 도와주려고 한다"면서 "내가 약간의 중국어밖에 할 줄 모르지만 길 찾거나 하는 데 있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2년] 한국인 박선민씨 "올림픽 앞두고 불과 1년 만에 엄청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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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 온 박선민씨


한국인 박선민(22·여)씨가 베이징에 처음 온 것은 지난 2006년 여름방학, 한 달간 배낭여행을 왔을 때다. 박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 "당장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


"지금과 비교했을 때 그땐 진짜 엉망이었다. 우선, 질서가 하나도 없었다. 신호등은 아무도 안 지키니까 있을 필요가 없었고, 버스나 지하철을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서 담배를 피거나, 음식을 먹다 창 밖으로 버리기도 했는데 그게 정말 충격적이었다."


중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던 박씨에게는 언어의 장벽도 높았다. 그녀는 "당시에는 심지어 관광지에서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녀가 1년 후인 2007년 8월 교환학생으로 다시 베이징 땅을 밟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정확히 1년 전이었다. 박씨는 "공항에서 나왔는데 1년 만에 거리가 많이 깨끗해지고, 버스에서 담배 피는 사람도, 창 밖으로 쓰레기 버리는 사람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올림픽 때문에 온 동네가 공사 중이었다"며 당시 풍경을 묘사했다.


2007년 8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베이징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웃통 벗는 사람과 침 뱉는 사람이 1년 사이에 정말 많이 없어졌다. 공기는 7월까지도 계속 안 좋았는데 정부에서 7월 말까지 모든 공사를 끝내라고 해서인지, 7월 말이 되자 갑자기 좋아졌다. 공기 깨끗해진 지 사실 얼마 안됐다. 버스를 줄 서서 기다리는 것 역시 몇 개월 전부터 일어난 일이다."


언어의 장벽도 낮아졌다. 박씨는 "내가 중국말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있지만, 지금은 곳곳에 영어를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돼서 중국말을 못해도 지내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도 훨씬 더 친절해졌다.


박씨는 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한 긍정적 변화들이 올림픽 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녀는 "변화가 강압적으로 일어난 측면이 물론 있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하지만, 예를 들어 신호등을 지켜서 길을 건너보니 자신들 스스로도 이게 더 효율적이고 더 안전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며 "올림픽을 통해 변화된 모습에 중국인 스스로 만족한다면 앞으로 계속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년] 독일인 김상인씨 "올림픽 통한 변화, 올림픽 끝난 후 알 수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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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인 김상인씨



 

어머니, 아버지가 한국인인 김상인(26)씨는 독일에서 나고 자란 독일인이다. 김씨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3년 9월 교환학생으로 베이징에 왔다. 그는 베이징의 첫인상에 대해 "덥고, 습기 차고, 황사도 심하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독일과 비교했을 때 환경이 너무 지저분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달라졌냐'고 물어보자, 그는 "환경도 훨씬 더 좋아졌고, 새로 지은 건축물도 많고, 무엇보다도 당시에는 흙길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다 포장되었다"고 했다. 또한 "물가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기 위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약 2년간 중국을 떠났던 것을 제외하고는 약 3년간 중국에 머물렀다. 현재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설립한 어학원인 '후통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3년 더 중국에 있을 예정이다.


김씨는 올림픽을 통한 중국의 변화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침 함부로 뱉지 마라, 웃통 벗지 말라고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없고 명령만 있다"면서 "중국인 스스로가 변화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고서야,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씨는 "올림픽을 통해 중국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올림픽이 끝난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