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민'들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무엇일까?
문득 궁금했다. 온통 올림픽 분위기만으로 가득한 2008년 여름의 베이징, 그 속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철망 속으로 숨어버린 '냐오차오'의 웅장한 자태와 검문·검색·통제가 일상화 되어버린 시내 곳곳을 보며 궁금증은 더해갔다.
올림픽이 한창인 17일 오후, 그 답을 구하고자 베이징 시내 한복판으로 길을 떠났다. 탁구를 치고 있는 9살 어린이부터 중년의 과일가게 아주머니, 그리고 공터에서 안락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70대 노인들까지 다양한 중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올림픽 전과 후, 베이징과 당신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올림픽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지요?"
길거리에서 그들을 붙잡고 물었다. 정제되고 통제된 답변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저 그런 말이라도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뻔한 대답을 예상하면서도 중국인들에게 다가갔다. 그 결과, 총 15명의 중국인과 올림픽 이모저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만난 중국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러분들에게 소개한다.
"올림픽 덕분에 행복하십니까"
중국인들을 만난 곳은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이 위치하고 있는 우다코우 근처였다. 이곳은 중국인들은 물론 해외 유학생들도 많이 거주하는 번화가이자 '젊은 거리'다. 이날도 어김없이 많은 인민들로 북적거렸다.
택시 운전사인 리리엔지이(55)는 "올림픽으로 인해 나라의 변화와 발전이 대단하다"며 "사회발전과 경제개발을 촉진시킨 계기이자 무대가 됐던 행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을 중국 사회에 내려진 축복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어 "중국은 갈수록 강국이 될 것이며 내일은 오늘보다 아름답게 발전할 것"이라며 "공산당 지도자의 영도 하에 중국은 더 강한 대국으로 발전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그룹에서 인턴사원 활동을 하고 있다는 웨총(21)도 "올림픽 개최는 중국이 세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흡족함을 내비쳤다. 그는 "올림픽으로 인한 경제효과와 금융발전이 가시화될 것이고, 세계의 많은 국가가 중국을 새롭게 보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 있어 이번 올림픽은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할 천금같은 행사였다. 이들의 입에서 '올림픽'은 '경제' '발전'이라는 단어와 떨어져서 나오는 법이 없었다.
반면 올림픽의 축제성과 국민 개개인의 환호와 기쁨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었다.

웨총(21)은 "(정부의 통제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림픽 개최가 중국이 세계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불만이 있어도 참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안과 경찰의 태도는 줄곧 좋았지만 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더 좋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통제정책을 적극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리리엔지이(55)도 웨총과 똑같은 말을 하며 공안의 통제를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발전이 곧 개인 수혜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의의 없지만 국가 발전이 개인 수혜"
그렇다면 올림픽 진행 과정에서 겪었던 불편사항과 정부에 대해 섭섭했던 점은 없었을까?
중국인들은 "그런 것은 없다" "아주 잘 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또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어도 올림픽 후에 베이징 시정부가 알아서 잘 처리하고 유지할 것"이라며 올림픽을 전후한 정부의 통치에 큰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공안 요원들이 없는 곳에서도 스스로를 통제하고 있었다. 취재팀의 질문 내용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모습을 보였으며, 특히 올림픽과 관련한 질문 같은 경우에는 크게 다르지 않은 답변만이 되돌아왔다. '올림픽 비판'은 하나의 '금기'로 자리잡은 모습이었다. 그것이 국가를 위한 애국심의 발로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었고, 말할 자유의 억제로 나타나는 사례도 있어 보였다.

취재팀이 우다코우의 주택가에서 중국 어린이들을 취재하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이 발랄한 언어로 '올림픽'을 설명하자 곧바로 주위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우리 쪽으로 몰려왔다. 그러고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뭐 하는 것이냐"고 우리에게 물었다. 아이들에게는 "무슨 답변을 했냐"고 재차 물어봤다. 한 아주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취재팀이 있는 주변을 떠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어린아이들의 말 한 마디에도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스스로의 입을 가리고 있었다.
운전 일을 하는 한 중년 남성은 올림픽 평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받자마자 "공산당에 대한 반혁명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런 말을 했다가는 공안들에게 총을 맞을 수도 있다"고 농을 치듯 말하며 애써 답변을 피했다.
물론 그는 농담이 진하게 섞인 어투로 이런 말을 던졌다. 하지만 섬뜩한 이 말 속에는 정부와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꺼리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정책 비판은 자신 향해 침뱉는 행위
오도구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강한세(19)씨는 옆에서 보고 겪은 중국인들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기 입으로 나라에 대한 안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향해 침을 뱉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상은 자신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이 분명이 많음에도 '국가'를 위해 좋은 점만 부각시키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발전'과 '경제성장', 그리고 중국인들의 맹목적인 희생과 복종이 뒤섞인 채로 진행되고 있는 올림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취재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순박한 이들의 웃음을 볼 때마다 더더욱 그랬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SK텔레콤 T로밍이 공동 후원하는 '2008 베이징올림픽 특별취재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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