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일상 속 여행/미국 / 캐나다 2012. 3. 30. 10:09
지난번에 재즈의 발상지인 뉴올리언스의 흥겨운 밤 풍경을 소개해주신 김치군님! 이번에는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인 멤피스에 다녀오셨다고 합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처음 음반을 녹음했던 '선 스튜디오', 골목길 곳곳에서 들을 수 있는 밴드의 블루스 음악,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등 멤피스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소개해주셨는데요. 지금부터 김치군님의 생생한 멤피스 여행기를 함께 볼까요?

글/사진: 김치군 [김치군의 내 여행은 여전히  ~ing]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테네시주 멤피스로 향하는 도로 표지판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블루스와 로큰롤의 고향이라는 멤피스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가 첫 음반을 녹음했던 '선 스튜디오'. 엘비스 프레슬리 외에도 수많은 가수가 이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녹음하고 데뷔했지만, 역시 1954년에 엘비스 프레슬리가 녹음했던 첫 음반이 가장 인상적인 듯 스튜디오 앞에 이렇게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선 스튜디오의 겉모습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선 스튜디오의 모습. 아쉽게도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막 마감 정리를 하고 있어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이전에 이곳을 오려고 계획했을 때는 조금 더 거창한 스튜디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외로 자그마한 스튜디오였다. 생각해보니, 엘비스 프레슬리가 녹음하던 시절의 작은 스튜디오라면 규모가 큰 게 이상했겠지만.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에는 이렇게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사진 옆에 있는 레코드 모양 사이로 '락큰롤이 탄생한 곳'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곳을 시작으로 엘비스 프레슬리가 독특한 스타일로 명성을 얻게 되었으니 저 말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선 스튜디오의 투어 입장료는 $12. 그러고 보니 엘비스의 열렬한 팬이 아닌 내가 '마감 시간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아마도 여기 대신 그의 집인 그레이스랜드를 보러 갔겠지.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선 스튜디오를 잠깐 보고 멤피스 시내의 블루스 거리인 빌 스트리트(Beale St)로 향했다. 가로등 사이에 연결된 줄에 매달려 있는 신호등. 미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신호등인데, 저게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잘 버틸까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쨌든 신호등으로서의 역할만 잘 수행하고 있으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그렇게 빌 스트리트에 도착해서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빌 스트리트로 걸어갔다. 저녁 시간대여서 그런지 일정 금액을 내고 오후 내내 주차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빌 스트리트 입구에 있는 대표적인 블루스 클럽인 비비 킹즈(B.B. King's).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해가 막 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아직 가게가 썰렁했지만, 조만간 연주를 시작할 것 같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비비 킹즈 맞은편의 맥주를 팔던 가게.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아가씨 한 명이 바에 올라가 앉은 채로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슬슬 어둠이 다가오는 빌 스트리트의 모습. 해가 이미 수평선 근처로 다가가고 있어서인지 하늘은 파랗지만, 건물들은 빛을 받지 못해 어두워져 있었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네온사인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블루스 시티, 멤피스의 상점 간판.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한 컷.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맥주를 파는 작은 가판대


빌 스트리트에서는 길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허용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생맥주를 파는 가게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더불어 플라스틱 컵에 맥주를 들고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블루스와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을 팔던 상점. 들어가 보지 않아도 어떤 물건들을 파는지 감이 딱 온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지만, 외부에서 어떤 물건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대로였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블루스 홀이라는 이름의 주크 조인트(Juke Joint). 주크 조인트는 주크박스(Jukebox)로 곡을 연주하는 바를 의미하는데, 이곳은 라이브 음악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빌 스트리트에 있기 때문인 듯하다. 멤피스가 아닌 미시시피주에는 제대로 된 주크 조인트들이 여럿 있다고 하는데, 주 손님들이 흑인이고, 대부분 위험한 곳에 있다고 해서 찾아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다음번 여행에서는 한번 도전해봐야 하려나.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거리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빌 스트리트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빈 맥주컵을 손에 들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길거리에서 맥주를 들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


하루에 팔리는 맥주의 양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원래 맥주 맛이 좋은 걸까. 길에서 사 마셨던 한 컵의 맥주는 꽤 시원하고 맛있었다. 사실, 분위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빌 스트리트를 걷던 길에 발견한 골목길 안의 작은 공터. 그 안에는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앞으로 블루스를 연주하는 그룹이 있었다. 빌 스트리트에서부터 음악 소리로 우리의 발걸음을 끌어들였기에 잠시 안에 들어가서 음악을 듣다 가기로 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4명이 연주하는 밴드는 팁을 받으며 연주를 하기 때문인지, 정말 커다란 팁 통(^^)이 밴드 앞에 있었다. 노래 2~3곡 정도가 끝날 때마다 사람들 몇몇이 나가서 팁을 넣고 자리를 떴다. 우리도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은 감사의 의미로 적은 금액을 팁 통에 넣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빌 스트리트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또 작은 공원이 나왔다. 공원의 입구에 리듬&블루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루퍼스 토마스(Rufus Thomas)의 비석이 있었다. 멤피스에서 블루스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보니 이렇게 기리고 있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비석 옆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어 가보니 그곳에서 또 다른 밴드가 열심히 연주하고 있었다. 뉴올리언스에서 가는 곳마다 재즈의 향연을 만날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는 곳곳에서 블루스의 향연을 만날 수 있었다. 걸으면서 계속해서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꼭 최신곡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지역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거리 곳곳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빌 스트리트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역시 밴드의 앞에 커다란 팁 통이 있었다. 'Tips, tips, tips for the band'라고 쓰여 있었는데, 역시 가끔 사람들이 팀을 넣고 갔다. 아까의 밴드보다 조금 더 신 나는 느낌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팁을 주는 것이 의무가 아닌 자유이기 때문에(이왕이면 주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그라운드 제로 블루스 클럽의 입구. 아직 오픈조차 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저녁이 되면 또 다른 밴드가 연주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거리의 어느 바에 들어가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역시 '블루스의 고향인 빌 스트리트'다 싶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길거리의 또 다른 밴드. 이 밴드는 블루스가 아니라 조금 모던한 느낌의 컨트리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하긴 테네시 주 동쪽의 내쉬빌이 컨트리 음악의 고향이니…. 그러고 보면 미국 남부는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정말 볼거리가 많은 것 같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겉모습이 독특한 영화관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경찰 한 명과 직원이 서 있는 모습이 클럽인 것 같았다. 들어가 보지 않았으므로 확인 불가. ㅎㅎ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할리우드 거리에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거리가 있다면, 빌 스트리트에는 음악가들의 이름이 새겨진 음표가 있었다. 독특하게 잘 활용한 것 같은 느낌!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빌 스트리트에서 만난 커플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길 한 편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는 커플의 모습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빌 스트리트에도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중에서 뒷모습이 예쁜 아가씨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길래 뒤에서 한 장 찰칵. 앞모습은 지금의 기대를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서 보지는 않았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해가 지자 네온사인이 더욱 돋보이는 빌 스트리트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사진을 찍으며 빌 스트리트를 구경하는 관광객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덧 어둠이 내린 빌 스트리트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한 기념품 가게의 간판. 멤피스 뮤직이라는 글자가 센스 있게 쓰여 있어서 참 마음에 든다. 왠지 여기가 멤피스라는 것을 잘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어서 그랬으려나.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빌 스트리트 옆을 지나가던 트램. 그러고 보니 멤피스도 트램이 다니는 도시 중 하나였구나.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단체로 돌아다니던 아가씨들. 그러고 보면 블루스라는 음악은 그리 젊은 느낌은 아니지만, 거리 자체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보니 이렇게 젊은(특히 아가씨들) 관광객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비비 킹즈에서 블루스를 연주하는 밴드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저녁 시간이 되자 출출해진 우리는 비비 킹즈에 들어가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블루스 음악을 들으며 맥주와 간단한 안주로 저녁 식사를 대신 했다. 아쉽게도 한 명은 운전 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못했지만. ^^;;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저녁을 먹고, 밖에 나와보니 흑인 친구들이 텀블링 묘기를 보여주며 사람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한 5명 정도가 여러 가지 텀블링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꽤 수준급이어서 길 한쪽에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묘기 덕분에 길 한복판이 모두 비어 있었다. 걸어 다니기는 조금 애매했지만, 그래도 다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미국 여행] 로큰롤과 블루스의 고향, 테네시주 멤피스(Memphis)에 가다

멤피스의 저녁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바와 클럽에서는 블루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길거리에는 맥주를 들고 있는 사람들. 부산하지 않으면서도 음악 속에 파묻힐 수 있는 거리가 빌 스트리트 인 듯싶다. 우리가 방문했던 평일 밤도 이런 분위기였으니, 주말 밤은 아마도 조금 더 시끌벅적하지 않을까? 블루스와 로큰롤의 흔적을 바로 느낄 수 있는 도시, 멤피스의 첫날밤은 이렇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