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교토 귀족들의 휴양지, 일본 말차의 성지-우지(宇治)

일상 속 여행/아시아 / 오세아니아 2011. 11. 4. 10:38
일본 교토 근교에 있는 여행지, 우지(宇治)를 아시나요? 아직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장소라고 합니다. 레디꼬 님께서 일본 여행을 하시면서 우지를 다녀 오셨다는데요. 다양한 말차 요리를 맛보고, 유네스코 유산 뵤도인을 비롯한 볼거리를 즐기셨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레디꼬 님과 함께 일본 우지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글/사진: 레디꼬[여행은 준비하고 떠나야 제맛, Ready Go]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재미에 이곳저곳 다녀본 결과, 유명하지 않은 곳은 유명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시도를 포기했었습니다. 이번 오사카 여행 중에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우지(宇治)라는 곳에 가야 했는데, 역시나 유명하지 않으니 볼거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고 갔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대만족!! 우지는 일본에서 다시 또 여행 가고 싶고, 몇 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교토여행] 교토 귀족들의 휴양지, 일본 맛차의 성지 우지(宇治)


오사카 근교 여행지라기보다는 교토의 근교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우지(宇治)는 교토에서 20분 거리, 오사카 시내에서는 약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오사카 시내의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빨간색의 지하철 노선 미도스지센(御堂筋線)의 요도야바시(淀屋橋)역은 사철 게이한전철(京阪電鉄)의 출발역이기도 합니다. 교토의 기온, 산죠까지 운행되는 게이한본선(京阪本線)의 츄쇼지마(中書島)역에서 우지선(宇治線)으로 환승하면 우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찾아가는 것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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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도야바시역에서 츄쇼지마까지는 약 40분, 츄쇼지마에서 우지까지는 약 15분이 소요되며, 편도 요금은 400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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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에 도착하는 순간.. 아! 여기 잘 왔다라고 생각을 한 것이 바로 이 독특한 느낌의 역 건물 때문입니다. 원을 기조로 하는 역사의 디자인은 유명한 건축가인 와카바야시 히로유키(若林広幸)의 작품인데 1996년 열차의 역으로는 최초로 일본산업디자인 진흥회에서 선정하는 굿 디자인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우지에 대한 기대가 워낙 낮았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 공부를 하지 않고 갔는데 뜻밖의 발견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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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한전철의 열차는 종착역이지만, JR 나라 선의 통과역이기도 한 우지역의 모습입니다. 역 바로 앞에는 버스와 택시 정류장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우지강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열차를 좋아해서 저 사진을 찍으려고 10분도 넘게 기다렸는데.. 사진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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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바로 앞에는 츠우엔(通圓)이라는 찻집이 있습니다. 작고 평범해 보이는 곳이지만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찻집으로 1160년에 창업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상점, 기업을 시니세(老舗)라 부르는데요. 8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츠우엔은 일본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합니다.

실제로 카페 내부에도 이런저런 보도자료들이 비치되어 있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게 '100년 정도 되는 가게? 교토에서는 500년은 넘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였습니다. (뭐, 의역이기는 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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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850년째, 현재는 24대째 후손이 영업하는 츠우엔의 내부는 10여년 전에 리뉴얼해 전통스러운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모던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마침 오픈 시간과 동시에 들어갔기 때문에 여유롭게 강변 쪽 자리를 혼자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교토여행] 교토 귀족들의 휴양지, 일본 맛차의 성지 우지(宇治)


우지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신사와 사원이 있기도 하지만, 우지하면 역시 말차(抹茶)!! 일본에서는 우지차(宇治茶)라는 말이 좋은 차로 통한다고도 할 정도로 우지의 말차가 유명합니다. 그냥 말차를 주문할까 하다가 말차 파르페와 당고를 주문했습니다.

[교토여행] 교토 귀족들의 휴양지, 일본 맛차의 성지 우지(宇治)


파르페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메뉴에 우지의 명물 말차를 이용하고 있고, 무더운 여름에는 말차 빙수도 있다고 합니다. 맛은 850년의 역사가 담긴 깊은 맛이랄까요? ㅋㅋ 근데 그 옛날에는 파르페는 없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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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실 옆에는 찻잎를 판매하고 있는 공간이 있는데요. 이곳에는 츠우엔에 대대손손 물려오는 소중한 다도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츠우엔(通園) 기본정보

전화 : 0774-21-2243
주소 : 京都府宇治市宇治東内1番地
위치 : 게이한선 우지역 도보 1분
시간 : 09:30~17:30

히카루 겐지의 동상

히카루 겐지의 동상


겐지이야기의 작가 무라사키 시카부의 동상

겐지이야기의 작가 무라사키 시카부의 동상


우지는 헤이안시대의 여류작가 무라사키 시카부(紫式部 978~1016)의 장편소설 겐지이야기(源氏物語)의 무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 고전문학의 대표작으로 고대 귀족사회의 사랑과 야망, 이상, 인생비판 등을 다루고 있어요.

특히 주인공 겐지는 귀족인데다 잘생기기도 해서 수많은 여자랑 염문을 뿌리기도 했기 때문에,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우지 곳곳에 무라사키 시카부, 겐지 이야기의 주인공 히카루 겐지의 동상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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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시대(794~1185) 교토의 귀족들은 교토 시내 인근의 강이 흐르고 산이 둘러싸고 있어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지역에 별장을 짓는 등 화려한 휴가를 보냈는데, 아라시야마와 우지에 별장들을 많이 지었다고 해요. 오래 전부터 있는 사람들의 휴가지였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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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의 가장 큰 볼거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된 뵤도인(平等院)입니다. 이곳도 어느 귀족의 별장지로 지어졌지만 이후 사원으로 바뀌고 17세기에는 천태종과 정토종의 사원이었다가, 지금은 특정종파에는 속하지 않는 독립된 불교 사원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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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 불상을 모시고 있는 뵤도인의 주 건물인 봉황당은 일본의 10엔짜리 주인공이고, 1만엔짜리에 그려져 있는 봉황은 봉황당 지붕의 봉황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다보탑과 세종대왕님을 합친 것과 같은 존재이니,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겠죠? 이렇게 유명한 곳이 왜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는지 신기한 기분이었어요.

[교토여행] 교토 귀족들의 휴양지, 일본 맛차의 성지 우지(宇治)


뵤도인 앞의 상점가는 일본의 여느 절 앞 상점가와 같이 기념품 상점, 식당들이 길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요. 역시 이곳에서 눈에 띄는 곳은 우지차, 우지차와 관련된 상품를 판매하는 상점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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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가루를 아낌없이 뿌려주는 말차 소프트는 250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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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우지 산책을 할 때 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녀야할 것만 같은 의무감에 저도 구입했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조금 이상하게 들고 시작했지만, 진한 말차맛이 기가 막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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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일정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식당이 11시부터 열어서 디저트를 먼저 먹고 식사를 하게 되었네요. 어쩐지 순서가 뒤바뀌기는 했지만. 식사도 우지스러운 곳에서 했습니다. 뵤도인 앞의 상점가 끝에 위치한 요리여관 교요리 우지가와 (京料理  宇治川)는 숙박객 뿐만 아니라 비숙박객을 위한 식당도 운영을 하는데요. 제가 자리한 곳은 우지 강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4층의 다다미 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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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차 소바와 말차 유부초밥을 주문했습니다. 런치 세트로 가격은 1,185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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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생각보다 맛차 맛은 나지 않았지만 기분만큼은 우지였어요. 시원한 강변을 바라보며 먹으니, 그 풍경 때문에 맛 또한 잊히지 않을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교요리 우지가와 (京料理 宇治川) 기본정보

전화 : 0774-22-2628
주소 : 京都府宇治市宇治蓮華2-2 4층
위치 : 우지역에서 도보 5분
시간 : 11: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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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를 전부 둘러보는 데는 반나절 정도면 충분합니다. 우지에서 교토까지는 JR 열차를 이용해 20분, 게이한 열차를 이용해도 3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토와 함께 둘러보기도 좋고, JR 나라 선을 이용하면 나라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아라시야마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으로, 특히 말차를 이용한 음식, 디저트가 많아 식도락을 즐기는 여행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