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유나, 세계를 제패하다.

T로밍 이벤트 2010. 3. 2. 11:43

글을 쓰기에 앞서 고백하자면, 저는 사실 어떤 '경기' 자체를 승부욕 있게 즐기는 타입은 아닙니다.
천성적으로나 지금까지 살아온 스타일로 보나, 생각해보면 늘 무엇이든 격렬히 부딫히는 것을 싫어했죠.
그런 저에게 스포츠 경기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과 1인자만의 승리 같은 것들은 반갑지도 흥미롭지도 않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가 느껴온 모든 스포츠 경기들은 늘 그래왔어요.
관심이 없으니, 아는 것이 없는 것도 당연. 스포츠 대부분의 기본적인 룰도 잘 모르는 문외한이 접니다.

그랬던 제가, 축구경기를 보려고 새벽을 지새웠다는 남자 동기를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보던 제가, 변했습니다.
축구경기를 보던 남자 동기들처럼 저도 목을 빼고 TV 앞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는 되었습니다.

바로 '피겨스케이팅' 을 말이죠.


그 시작은 물론, '김연아' 선수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2007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인 '록산느의 탱고' 의 김연아 선수였어요.



                                             (사진출처: 연합뉴스)

피겨스케이팅이란 종목 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 저에게도 이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환상' 이었습니다.
기술적인 요소도 완벽했지만,
16살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요염하고 당돌한 연기를 보고 오 마이갓을 외쳤어요.


'저 친구는 뭐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거야?' 그랬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김연아 선수와, 이 선수의 운동종목인 피겨스케이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그 후, 김연아 선수는 점점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요.
예쁜 얼굴과 뛰어난 스케이팅 실력으로 스타성을 인정받아 CF 퀸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죠.

얼음 밖의 김연아는 장난기 많고, 귀여운 소녀로써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 여동생' 이라고 까지 불려졌고요.

자칫 잘못하면 흔들리기 쉬운 상황에서도 김연아 선수는 '운동선수' 로써의 면모를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더군요.
그녀의 오랜 숙원인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한 발자국씩 야무지게 옮겨갔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24일 쇼트프로그램이 중계되던 날, 제가 경기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심장이 뛰던지. 아침 일찍 눈이 떠지더라고요.

드디어 5조의 순서가 다가왔고, 김연아 선수 바로 앞인 아사다 마오 선수의 경기를 지켜 보았습니다.

'잘하는데... 요번 건 정말 트리플 악셀 다웠어.' 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예상대로 높은 점수가 나왔고, 
저는 연아 선수가 긴장할까봐 초조해졌죠.

그러나 '대인배 김슨생' 이라는 별명답게 연아 선수는 아사다의 높은 점수를 한번 보고 코치를 보며
씨익 웃더군요. 그 웃음에 조금 안도했던 것 같아요.

드디어 김연아 선수의 007 본드걸 쇼트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결과는 대.만.족!!!!!!!!!!!!!!!!!!!  

높은 속도로 들어가는 3-3 점프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 늘 고전하던 트리플 플립도 완벽하게 성공!! 
이때부터 터질 것 같던 심장이 조금 누그러졌어요.

앞의 점프를 다 성공시키면 뒤에 하나 있는 더블 악셀은 연아선수에게 더이상 어렵지 않은 고비니까요.  

스핀, 스텝 시퀀스, 스파이럴의 요소는 말할 필요 없이 클리어!

빵~ 하고 총쏘는 포즈가 나오는 순간, 으헉 하면서 뒤로 넘어갔어요.

완전 클린이다. 완전 대박 클린이다! 그러면서.
( 모든 요소를 실수없이 해냈을 때 '클린clean' 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

연아 선수도 만족했는지, 여유롭게 유후~ 하고 웃으면서 오서 코치와 포옹을 나누더군요.
그리고 키스앤크라이존에 앉아 점수를 기다리는데.

무려 78.50으로 1위!  세계 기록 달성!!!!!!!!!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아사다 마오 선수가 선전을 하고 난 바로 뒤라, 
사실 조금 걱정을 했는데 정말 김연아 선수는 정신력이 강한 선수더라고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긴장은 커녕, 즐기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쇼트에서의 높은 점수를 잊어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프리 스케이팅을 준비하겠다고 대답하는
연아 선수를 보는데 정말 프로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몇일 뒤 대망의 프리 스케이팅!!
이번에는 쇼트프로그램과 반대로 아사다 마오 선수 바로 앞에 연아 선수가 경기를 하게되었더랍니다.
뭐, 이제는 어느 누구도 라이벌이라고 할 수 없는 연아 선수기 때문에 누가 앞에 하든, 뒤에 하든
상관없었겠지만 말이죠.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가 흘러나오면서 프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출처:일간스포츠)

쇼트프로그램이 대중성을 지향한다면, 프리스케이팅은 그야말로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 역작이었어요.
담백한 피아노, 여러 현악기 소리와 함께 김연아 선수의 예술적인 안무가 딱딱 들어 맞았죠.

기술적인 요소들은 언급하지 않아도 될만큼 클린이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위의 사진처럼 감정이 서린 표정연기에 집중이 되더라고요. 

음악과 안무, 표정.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사진출처:ESEn)

저는 특히 김연아 선수의 위 사진 동작인 '이너바우어' 동작 이후로 바로 더블악셀-더블토루프
-더블루프 들어가는 점프구성이 좋더라구요.

우아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사실은 이렇게 들어가는 점프가 굉장히 어려운 구성이라고 합니다.
연아 선수는 어쩜 그렇게 쉽게 잘 뛰는지. 



그리고... 모든 연기를 마친 후,


                                                                            (사진출처:연합뉴스)

매번 담담하게 경기를 치르던 그녀도 이번에는 참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실력이 정점에 이르면서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치와 또 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더군요.

이제는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그녀가 정말 행복한 스케이터로써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녀는 꿈으로만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죠. 


                                                                                                      (사진출처:NEWSIS)

총점 228.56 인 경이적인 기록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정말 축하하고 또 축하합니다. 
 

피겨 불모지였던 나라에서 이런 세계 챔피언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대견합니다.
처음 피겨를 시작했을 때, 열악한 환경에 참 힘들었을 연아 선수. 그리고 연아 선수의 어머니, 가족들.

정말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큰 대회에서 주눅들지 않고 야무진 연기를 보여준 곽민정 선수에게도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연아 언니를 보며 꿈을 키우고 있을 우리나라의 수 많은 '연아 키즈' 들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연아 선수의 경기를 보면서 힘과 용기를 얻은 5천만의 국민들,
그리고 그 속에 포함된 저 또한 무한한 발전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남은 올림픽 종목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대한민국 파이팅입니다!



 


* 위의 포스트는 2010년 3월 'T로밍 2010 밴쿠버 메신저 이벤트'에 응모하신 "박수빈"님이 작성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