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사랑따윈 난 몰라, 오타루

일상 속 여행/중국 / 일본 2009. 1. 15. 15:41

버튼 하나만 눌러도 세계의 문물과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 그리고 인간의 사랑과 고뇌, 갈등의 역사 그리고 훈훈하고 아름다운 꽃미남들을 선사하는… TV.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채널 관리 좀 해야겠어.

? 저건 뭐지?
꽃다운 스무 살에 낄낄대며 봤던 영화 <러브레터>네.
그 일본 감독 이와이 슌지의 영화 말이야. 음… 보내지 못하는 옛사랑에 대한 기억과 알아채지 못한 지나간 사랑 이야기라…. 쳇, 사랑 따위.

와타나베 히로코는 죽인 애인 후지이 이츠키를 그리며 그가 살았던 오타루의 옛 주소로 편지를 보내고, 뜻밖에도 그 편지에 답장이 오면서 영화가 시작되지. 알고 보니 죽은 후지이 이츠키와 동명이인의 여학생이 있었던 것



그렇게 영화는 와타나베와 후지이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봉인되어 있던 후지이 이츠키와의 과거를 재구성해버리지. 결국 한 남자의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에까지 미치는 이야기랄까. 녀석들, 왜 그렇게 첫 사랑에 연연하는 거야? 이제는 패러디의 대상이 돼버린 “오겡끼 데스카(잘 지내고 있나요)”가 이 영화의 명대사지. 


그나저나… 저긴 도대체 어디지? 

오타루? 눈이 저렇게 많이 쌓이다니, 저 정도 눈이라면 녹아버린 북극의 얼음도 다시 채울 수 있겠는걸. 오타루… 홋카이도의 삿포로 근처로군. JR하코다케 혼센 열차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네. 겨울이 가기 전에 한 번 다녀올만한 곳이겠어. 삿포로 눈축제에 갔다가 삿포로 맥주도 마시고 오타루로 건너가면 될 테니까 말이야. 후후후, 드럼통째로 마셔줄 테다. 인구 14만 여명의 항구도시인데 사람들은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로 더 잘 기억하는 모양이군. 2008년 MBC 드라마 <달콤한 인생>과 조성모의 <가시나무새> 뮤직비디오 촬영지도 이곳이었지. 영화에 나오는 우체국, 이츠키와 히로코가 스치는 이로나이 교차로, 병원으로 나온 시청 등은 이제 오타루에 가면 누구나 찾아가는 곳이군. 그런데 한 해 평균 적설량이 5m? 이거 완전 눈의 도시잖아.



오타루의 관광 포인트를 살펴볼까나. 어디 보자, 

인터넷에서 오타루를 치니까 운하 야경 사진이 제일 많이 나오네. 물 위에 등은 왜 띄운 거지? 유키아카리노미치 축제라… 눈과 촛불의 거리라는 뜻이네. 매년 2월에 열리고 오타루 거리가 온통 눈과 촛불로 꾸며지는구나. 삿포로의 눈 축제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오타루 눈 축제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네. 사람들이 직접 촛불을 켜서 꾸미는 게 좀 재미있는 걸.


 

오타루 운하는 산책로와 함께 조성된 오타루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 오타루 운하에는 네 개의 다리가 있는데,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다리는 아사쿠사 다리. 역시 이 다리에서 찍은 사진들이 제일 많군. 관광안내소가 이곳에 있고 영화에서 히로코와 이츠키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이로나이 교차로도 바로 이 근처네. 오타루에 가면 가장 먼저 이 운하부터 찾아봐야겠는걸. 



근데 운하 주변에 웬 창고가 저렇게 많지. 오호라, 저게 다 식당과 공방이구나. 오르골 공방, 유리 공방이 가장 많네. 그 중에서 오타루 오르골당이 제일 유명하고. 1912년에 지어진 건물을 공방으로 만들었고 오르골이 무려 5000여 점이나! 일본 최대의 오르골 전문점이라고 부를 만 하네. 

여기선 자기가 원하는 곡을 선택해서 직접 오르골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하니까 여긴 꼭 들러봐야겠어. 난 어떤 곡을 연주하지? 겨울에는 유독 서로 붙어 다니는 연인들을 위한 ‘죽음의 무도?’ 아, 친구 커플에게 실시간으로 들려주고 싶을 거야. [T로밍 오토다이얼]은 해외에서도 평상시랑 똑같이 친구 번호만 누르면 되니까 귀찮지도 않아. 가능한 많은 커플에게 음산한 음악을 선물해야지 낄낄… 게다가 일본에서는 T로밍 문자요금이 150원밖에 안 하니까 새해 인사로 결별기원 단체 문자도 마구 보내야겠어.

그나저나, 기타이찌가라스 3호관도 유리 공예품 전문 숍이고 내부에 카페와 레스토랑도 있네. 램프와 수제 유리공예품도 판매하고 관광객들도 직접 제작할 수 있어서 맘에 드는걸. 오타루 창고 거리에서 아이스크림도 판다니까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먹을 수 있겠어. 일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기타노 아이스크리무야상. 일본 연예인들도 많이 다녀가고 한국 사람들도 많이 와서 한글 메뉴도 있네. 홋카이도 우유가 듬뿍 들어갔다고 하니까 훨씬 부드럽고 맛있을 거야 크크. 오타루에는 전문 스시집도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하니까 끝내주는 미식 여행이 될 거야.



 

오타루 운하 외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영화에서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집으로 나온 곳. 건물 한 쪽이 전면 유리라서 오타루의 하얀 겨울을 잘 감상할 수 있겠어. 영화에서 그 유리창 앞에서 후지이가 히로코의 편지를 읽던 장면이 기억나는군. 

여긴 어떻게 가지



영화에서 주소가 오타루 제니바코 2-24였는데. 하지만 영화를 촬영한 곳은 다른 곳이잖아? 오타루와 삿포로 중간에 있는 제니바코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있는 집이네. 오타루시 지정의 역사적 건물이라… 아, 그러나 안타까운 소식. 2007년 5월 26일에 화재로 건물이 없어졌군. 영화에서도 곧 무너질 건물로 나오던데 정말 그렇게 되다니.   

후지이 이츠키가 영화에서 후지이 이츠키가 일하는 도서관은 옛 해운해사 지점이군. 현재는 우편박물관처럼 이용되고 있고 말야. 병원으로 등장한 곳은 오타루 시청. 영화에 등장했던 시계와 복도가 그대로 있어서 <러브레터>팬들의 또 하나의 순례지가 되고 있군. 영화에서는 음산했는데 실제 사진으로는 훨씬 밝고 건물 내부가 유럽 풍이네.

무튼, 오타루는 <러브 레터> 한 편으로 이렇게 사랑의 도시가 돼버렸군.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화 내내 온통 눈이 등장해서 눈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자극한 거라고 봐. 그런데,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이라… 어려워 어려워. 난 스물 일곱이야, 아직 저런 사랑은 모르겠다고. 오타루에 가서 후지이 이츠키와 히로코처럼 그 거리를 걷게 된다면 또 달라질까? 에라, 모르겠다.

사진 제공 | 홋카이도 서울사무국



TIP _ 오타루 주요 포인트

운하 프라자->오타루 운하 공예관->오타루 운하->시립 오타루 미술관->오르골당->기타이찌가라스 유리공방->스시 거리->산모루 일번가->JR 오타루 역
 

1.운하 프라자
  오타루 운하 옆에 있는 관광 안내소로 같은 건물 안에 오타루시 박물관도 있다.
  입장료 : 무료(오타루시 박물관은 100엔)
  개방 시간 : 연중 오전 9시~저녁 6시(여름에는 저녁 9시까지) 

2.오타루 운하 공예관
  운하 프라자 근처에 있는 유리 전문 공예관으로, 홋카이도 출신의 작가들이 유리 공예품을 판매한다.
  유리 제작 체험 : 1600엔
  영업 시간 : 오전 9시~저녁 7시(겨울 오전 9시 30분~저녁 6시)
  입장료 : 무료 

3.오타루 운하
  길이 1300m, vhr 40m의 운하로 산책로와 함께 조성된 오타루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
  야간에는 운하 양 옆의 조명이 켜서 일본 최고의 야경을 자랑한다. 운하 옆으로는 오르골 공방과 유리 공방
  등이 있다. 

4.시립 오타루 미술관
  구 테미야센 길목에 위치한 시립 오타루 미술관으로 같은 건물 안에 시립 오타루 문학관도 있다.
  휴관 : 매주 월요일, 축제일
  입장료 : (미술관) 성인 150엔, 아동 /학생 50엔 (문학관) 성인 100엔, 아동/학생 50엔
  개방 시간 : 연중 오전 9시~저녁 6시(여름에는 저녁 9시까지) 

5.오타루 오르골당
  1912년에 지어진 건물을 이용해 만든 일본 최대의 오르골 전문점으로 총 3층이며 약 5000여 점의 오르골이
  전시돼 있다.
  자신이 원하는 곡을 선택해서 오르골을 직접 제작할 수 있으며 건물 앞에는 15분마다 시간을 알리는
  증기 시계가 있다.
  영업 시간 : 연중 무휴, 오전 9시~저녁 6시

6.기타이찌가라스 3호관
  1901년 오타루 최초로 석유램프를 제작하기 시작한 가게. 현재는 램프와 수제 유리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이며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
  휴관 : 연중무휴
  입장료 : 무료
  개방 시간 : 오전 9시~저녁 6시 

7.스시야도리
  오타루는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하나조노 일대에 100여 개의 전문 스시집이 분포되어 있다.
  평균 예산 : 2500~3500엔
  영업 시간 : 오전 9시~저녁 6시 

8.산모루 일번가
  오타루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로, 길 옆의 건물들 사이에 지붕을 얹어 만든 쇼핑가다. 산모루 일번가가 끝나면
  센트럴타운 쇼핑거리가 이어진다.
  영업 시간 : 오전 9시~저녁 7시 

9.JR오타루역
  JR 홋카이도에서 운영하는 역으로, 기차를 타고 삿포로와 요이치, 니셋코로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