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행]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라 부르는 곳, 인도 함피(Hampi)

여행 다이어리 2012. 12. 7. 08:42
이탈리아 여행가 디 꼰띠(Di Conti)는 함피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풍경이라고 했다. 가이드북에 쓰여있는 이 글귀를 봤을 때는 단순히 여행지에 대한 과장된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함피의 어느 돌언덕에 올라 끝없이 펼쳐진 적갈색 바위들을 보는 순간 그 생각은 나의 오만이란 것을 알았다.


함피에 도착한 첫날, 밤늦게 도착한 탓에 겨우 구한 숙소에는 낡은 침대만 덩그러니 있었다. 모기장도 없던 탓에 신나게 모기에 뜯겨 인도 여행 최악의 밤을 보냈지만, 함피의 풍경은 이를 몇 번이고 보상해줄 만했다.

14세기에서 17세기 사이 남인도에서 번성한 힌두왕조 비자야나가르왕국의 수도였던 함피에는, 그 사실을 증명하는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고 지금도 복원작업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힌두교 사원인 비루파크샤 사원(Virupaksha Temple) 앞에는 일자로 뻗은 작은 마을이 있고 마을 외곽은 거의 유적지다.


근처 유적을 보러 가는 길에 피리 부는 아저씨를 만났다.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영화 속에나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로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세워졌을 사원 옆으로 늘어선 자전거가 귀엽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 왜 저렇게 자전거가 많을까? 아마 유적지 복원 작업을 하는 마을 주민이 타고 온 것인가 보다. 오랜 세월이 축적된 함피의 풍경은 복원 작업이 아니라, 그 당시 사람들이 유적을 짓고 있는 듯 느껴졌다.


복원지 뒤로 정사각형에 가까운 바위 위에 올라있는 넓적한 바위가 보인다. 함피에는 초보 테트리스 플레이어가 쌓아놓은 듯한 저런 바위들이 많다. 대체 어떻게 저 위에 올린 걸까?


인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지혜의 신 가네샤(Ganeśa)가 보인다.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비루파크샤 사원 앞으로 쭉 뻗은 작은 마을의 끝은 또 이런 유적지다. 소 두 마리 뒤로 보이는 바위 동산은 마탕가 힐(Matanga Hill)이라고 하는데, 일몰을 보러 저 언덕을 오르기로 했다.


헉헉대며 올라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유적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위에서 보니 또 색다르다.


마탕가 힐 꼭대기에 오르자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이 풍경을 보는 순간 한 남자가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걸었다. 보통 외모 탓에 일본 사람인 줄 알고 한국 여행자들은 나에게 말을 잘 안 거는데 재미있는 일이었다. 물을 내밀길래 감사히 마시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극동 아시아인 얼굴을 한 또 다른 남자가 헉헉대며 마탕가 힐 꼭대기로 올라오고 있었다. 나도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볼까 했는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일본인이었다. '곤니찌와'라고 인사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데 옆에 있던 남자가 깜짝 놀라더니 ‘사토시!’라고 외치며 일본 남자에게로 뛰어갔다. 이름이 사토시라고 추측되는 일본 남자는 숨 돌릴 새도 없이 웬 남자가 이름을 부르며 자기한테로 달려오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국 남자가 말을 걸자 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 대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영문을 알 수 없던 나는 그 분위기에 끼어들 수 없어 어서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해는 정말로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돌아온 한국 남자는 사토시를 나에게 소개해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5년 전, 둘은 라오스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사이라고 한다. 마음이 잘 맞아 자주 어울렸다고 하는데 그런 친구를 5년이 흐른 지금 기적 같은 풍경을 지닌 함피의 어느 작은 언덕 정상에서 딱 만난 것이다. 이 넓디넓은 인도에서 어떻게 딱 여기일까?

여러 가이드북은 대부분 비슷한 코스를 추천하기 때문에 한 도시에 만난 여행자를 다른 도시에서 만나는 일은 신기한 듯하지만 흔한 일이다. 몇 년간 여행하며 여러 놀랄만한 만남을 겪고 들었지만 둘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아주 극적인 장소에서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배경으로 말도 안 되는 재회가 벌어졌다. 이날 밤엔 한국 여행자와 일본 여행자가 더 모여 술판이 벌어졌다.


함피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 도시를 마지막으로 인도의 수도 델리로 돌아가 귀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일부러 쌓으려 해도 힘들 것 같은 저 기묘한 바위들 때문에 기분이 나아졌다.


함피와 어울리는 재미있는 배를 발견했다. 저렇게 동그란 모양이면 보통의 길쭉한 배보다 방향 전환에 유리할까? 마지막 날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나도 저 배 위에 올라탔다.


서비스 정신이 충만한 뱃사공 아저씨는 배를 빙글빙글 돌리는 등 여러 묘기를 선보였다. 배가 둥근 건 옛날부터 함피 사람들은 바위 옆의 강에서 노는 걸 좋아해서일까? 소리를 지르며 짜릿함을 즐기는 동안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말도 안 되는 함피니까 어쩌면 말이 될지도 모르지.


돌아오는 길에 빨래하는 인도 사람들을 봤다. 이런 풍경도 곧 안녕이구나. 항해(?)를 마치고 나자 아침의 우울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버스 타기 전까지 딱 밥 한 끼 할 시간 정도만 남았다.


빗자루질에 흩날리는 흙먼지조차 평화롭다. 식당 앞의 이 귀여운 풍경을 보며 예감했다. 함피를 꽤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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